2009. 2. 2. 16:11
시사/요즘 세상은
# 대기업 회계팀에서 근무하는 나모씨. 그는 월급날만 되면 몇 년 전 저지른 실수가 떠오른다.
나씨가 맡은 일은 임금과 각종 상여금을 지출하는 일. 입사초기 꼼꼼히 ‘0’자를 손가락으로 세던 그는 몇 달이 흐르자 단순한 일에 차츰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명절을 앞두고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는 날 사건이 터졌다.
액수가 같은 상여금 지출 정도야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하는 나씨.
1인당 상여금액은 120만원. 그는 ‘0’을 반복하는 수고를 덜기위해 잔꾀를 부렸다.
1,200,000원 대신 1200천원으로 표기하기로 마음먹고 지출 결의서 입력했던 것.
그런데 방심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만 1200천원을 1200원으로 잘못 표기한 것. 은행에서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명절을 앞둔 바쁜 상황이라 그냥 넘어갔다.
다음날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직원들 통장에는 1200원의 거금(?)이 상여금으로 지급된 것.
회사 게시판에는 “1200원이 진짜 상여금이냐” “회사 너무한 거 아니냐” 등의 글들이 넘쳐났다.
직원들의 항의 글이 이어졌고 나씨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그는 자기 손으로 다시 119만8800원의 지출 결의서를 작성했고 한동안 '1200원'이라는 별명이 그를 따라다녔다.
이어 비수를 꼽는 팀장의 한 마디.
"상여금이 1200원이니 네 월급은 12000원 이면 되겠다“
#반도체 대기업인 S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모씨. 그는 꿈에 그리던 첫 부서로 메모리반도체사업부에 배정받았다.
그곳에서 그는 컴퓨터 등에 장착하기 위해 여러 메모리반도체를 조합한 메모리모듈(데이터 저장 용량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 메모리반도체를 모아놓은 장치)을 설계하는 업무를 맡았다.
보통 하나의 메모리모듈을 개발해 양산하고 상품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6~7개월 가량.
상품화 기간은 물론 제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드는 비용도 ‘수억 원’이라는 설명에 그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첫 업무인 만큼 조직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해 열심이 움직였다.
메모리모듈 설계에 실수가 없도록 꼼꼼하게 ‘체크’에 또 ‘체크’를 했다.
그 결과, 선배들로부터 “제품을 검사하니 속도와 기능 등 모든 면에 있어 경쟁사 제품 이상을 한다”며 칭찬을 들었다. 어깨가 으쓱해진 이씨.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반도체가 양산에 들어가려 하는 찰나에 한 선배 연구원이 말했다.
"어, 뭔가 빠졌는데?"
그 즉시 주위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달려와 어떤 결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또 한 선배의 외침이 들렸다.
"야, 메모리모듈에 기업 로고가 빠졌잖아. 로고 없으면 어떻게 제품을 팔아? 담당자 누구야!"
순간 모든 시선은 그에게 모아졌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었다.
결국 이씨 때문에 메모리 모듈에 로고를 세기고 신뢰성 검사를 다시 거치는 등 상품화 기간이 2~3달이나 늦어졌다.
게다가 S사에는 제품에 로고가 들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공정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이씨도 그날 일로 제품에 로고가 박혀있는지 만큼은 꼭 확인한다.
#'판매왕'을 꿈꾸며 자동차 회사에 입사한 유모씨. 입사 2년차, 그는 지점에서 근무하게 됐다.
영업사원의 판매에 관련된 제반 업무를 처리하고 지점 판매 현황들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자동차 영업소는 그 달의 마지막 날이 지점이 가장 바쁜 날이다. 이른 바 ‘총성 없는 전쟁터’. 판매가 가장 많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작성해야할 서류도 많고 수납해야 할 돈도 많다. 특히 고객들의 계약금이나 선수금을 수납하는 직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 마지막 날, 일이 터졌다.
수납담당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고객이 차량 대금을 납부하기 위해 지점을 방문했다. 고객이 급하다고 하기에 유씨는 하던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고객이 준 수표를 손에 들었다. 100만원짜리였다. 심부름으로 대신 50만원을 납부하러 왔다는 고객의 말에 50만원을 현금으로 거슬러줬다. 유씨는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이서를 받은 후에 수표를 수납함에 넣어뒀다.
그런데 저녁 마감할 때 수납 직원의 '비명'이 들려왔다. 조회해보니 그 수표는 부도수표였다. 수표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부도수표와 위조된 주민증으로 사기를 친 것이었다.
"수표를 받자마자 조회를 해봤어야 했는데...". 유씨는 가슴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확인을 미룬 것이 실수였다.
"제가 50만원 책임지겠습니다"
큰소리는 쳤지만 생돈 쓸 생각을 하니 속에서 피눈물이 났다.
#한국의 웨런버핏을 꿈꾸며 증권사에 입사한 강모씨. 교육이 끝난 후 첫 발령지는 강남의 대형 지점 객장이었다.
객장은 시시각각 들어오는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다보니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마감이 30분 앞으로 다가온 시각. 한창 정신없이 바쁜 시간에 강씨에게 한 통의 주문 전화가 들어왔다.
“모 기업 1만주를 1100원에 매도해주세요”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전화를 받으며 주문을 마쳤다.
곧 이어 밀려드는 고객 주문에 정신이 없다. 숫자 하나라도 틀렸다가는 소중한 고객의 자산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확인 또 확인하며 주문을 마쳤다.
하지만 곧 그 고객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1만1000주를 1000원에 매도해버리면 어떡합니까? 지금 정신이 있는 거에요?”
그는 순간 ‘아차’ 했다. 정신없이 입력을 하던 중에 주식수와 가격을 반대로 입력해 버린 것. 교육기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주의사항이었다.
주식이 올랐으면 그나마 사과하면서 넘길 수 있었지만 그 주식은 떨어졌고 고객은 200만 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
결국 강씨는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자기 돈으로 내놨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숫자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라며 땅을 치며 후회했다.
신입사원은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선배나 상사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실패에서 배우는 '실패학'이 있는 것처럼 실수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성공보다도 값진 '경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충식 SK 브랜드관리부문 매니저는 "신입사원에게 실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것은 실수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매뉴얼화 하는 것"이라면서 "SK의 경우 신입사원이 업무에 안착할 수 있도록 부서 내 멘토(조언자·스승)를 두고 이 멘토가 회사 내에서의 자세나 회사생활 방법 등을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