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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느낌/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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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2. 2. 16:05 시사/요즘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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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삼성이 넥타이를 풀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가 비즈니스 캐주얼로 복장 자율화에 나서면서 '넥타이 푼 삼성'이 화제가 됐다. 

    '관리의 삼성'까지 복장 자유화에 동참하면서 기업들의 자율복 바람은 더 거세지고 있는 추세다. LG,SK,코오롱 등이 이미 자율복장을 채택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외국계 기업엔 더욱 보편화돼있다. 

    예전만 해도 신입사원들의 복장 공식은 정해져있다. 남자는 넥타이에 양복, 여자는 치마 또는 바지 정장이 그 공식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평소엔 잘 접하지 않던 정장을 빼입으면 "이제는 어른이 됐노라,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구나"라며 괜한 치기에 들뜨기도 했다. 

    그러나 복장을 자율화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신입사원들의 복장 공식은 상당히 복잡다단해졌다. 

    정장의 경우, 넥타이에 양복이라는 정해진 '공식'만 따르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었지만 자율복장은 간단치 않다. '자율복장'은 말 그대로 복장의 선택은 자율에 맡긴다는 뜻이지만 자율이라는 말 뒤에는 '함정'이 있다. '자율의 경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자율 복장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지만 '정장'은 여전히 사회생활의 공식 복장이다. 회사 신입 사원 연수 가는 날 혼자 청바지에 사복입고 갔다 부리나케 정장으로 갈아입어야했던 김모씨도 복장에 얽힌 진땀나는 경험을 겪었다. 

    연수 참가를 위해 지정 장소로 집결을 했는데 자기만 혼자 청바지 차림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온 것. 

    공지 메일을 제대로 읽고 오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가는 버스 안에서 좌불안석이었던 김씨는 연수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정장으로 갈아입어야했다.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최씨.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 시험에 합격한 최씨는 막상 출근을 하려니 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직장 새내기인 만큼 정갈하고 단정한 옷차림은 기본. 대학 다닐 때는 거의 입을 일이 없었던 정장도 사야했고 정장에 맞는 구두, 핸드백 까지 쇼핑 목록이 넘쳐났다. 

    그런데 입사를 하고 보니 복장에 큰 제한이 없었다. 특히 계열사중 패션회사가 있다보니 그룹 전반에 복장에 대해 의식이 상당히 개방적이었던 것. 

    처음에는 평소에 잘 입어보지 못했던 정장 차림이 마음에 들었지만 계속 되는 업무 현장에 편한 복장이 일하기에 더 좋았던 만큼 최씨는 자율복장을 권장하는 회사 분위기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최씨는 특별히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당시 일명 '쫄쫄이'라 불리는 '레깅스 패션'이 빅히트를 치고 있었다. 레깅스는 유행이기도 했고 입으면 따뜻하고 편하기도 해서 하루는 최씨도 레깅스를 신고 그 위에 짧은 원피스를 입고 출근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자리를 앉았는데 최씨를 바라보는 상사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변의 시선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그날 오후, 또 다른 상사가 최씨에게 한마디 건네면서 레깅스가 감싸고 있던 그녀의 다리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ㅇㅇ씨, 나는 말이야. 다른 건 이해를 해도 이건 참 이해가 안 되는게 있어. 왜 스타킹을 두고 그 레슬링하는 남자들이 신는, 발 뒤축에 고리달린 그런 요상한 스타킹도 아니고 바지도 아닌 것을 입을까?" 

    최씨는 "복장은 자율이라면서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속으로 삼켜야했다. 그리고 그 이후, 최씨가 레깅스 차림으로 출근하는 일은 다시 없었다.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 백모씨. 화장품 회사는 업종의 특성상 여직원들의 비중이 높다. 남녀 비율이 절반 쯤 된다. 

    사무실에서 여자 동기들을 보니 출근할 때는 구두를 신고와도 자리 근처에 슬리퍼를 두고 실내에서는 구두 대신 편한 슬리퍼를 착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하~. 순간 머리에 '전등'이 켜진 백씨. 사무실에서 구두를 신고 있으면 발도 답답하고 괜히 먼지만 많이 일으킬 수 있으니 나도 집에서 슬리퍼를 가져와서 사무실에서 신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 날 백씨의 은갈치색 양복 바지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슬리퍼에 좌중이 웃음으로 뒤집어졌다. 

    백씨가 신고 온 슬리퍼는 다름 아닌 크록스의 빨간색 슬리퍼.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신어 화제가 된 크록스 슬리퍼는 우스꽝스러운 생김새에 '못난이 신발'로 불리는 제품으로 차별화된 독특한 개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인기몰이중이다. 백씨는 휴가 때 해변에서 신으려고 사서 고이 모셔뒀던 빨간색 크록스 슬리퍼를 회사에서 신겠다고 갖고 왔던 것. 

    사무실에서 편한 슬리퍼를 신으니 발은 편했지만 너무 튀는 게 아니냐는 주변의 핀잔 아닌 핀잔에 하루 종일 민망해했다. 

    양복이 일종의 '유니폼' 역할을 했던 때는 옷 입는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자율복장 추세로 제대로 옷을 입는 것도 무난한 사회생활을 위해 요구되는 능력이 되고 있다. 

    최근 G마켓이 네티즌 27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사내 자율복장으로 꼭 피해야할 차림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가장 보기 싫은 복장으로 꼽은 것은 여성복은 미니스커트,남성복은 쫄티였다. 

    직장 내 자율복 확산과 관련한 이번 조사에서 '직장에서 이것만은 참아줬으면 하는 복장'을 묻는 질문에 여성복의 경우 응답자의 29%가 미니스커트를 꼽았다. 이어 반바지(20%) 레깅스(19%) 민소매(15%) 반스타킹(12%) 청바지(5%) 등의 순이었다. 

    남성복의 경우엔 44%가 쫄티를 지목했다. 이어 반바지(21%) 카고바지(15%·일명 건빵바지) 후드티셔츠 청바지(이상 10%)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비즈니스 캐주얼' 제도를 도입한 신세계가 밝힌 근무복장의 허용과 금지범위도 신입직원들 좋은 팁으로 삼을 만하다. 

    면바지는 허용하되 색상을 베이지·회색·남색 등으로 한정했고 빨강·노랑 등 원색 면바지는 피하도록 했다. 청바지,반바지,카고팬츠(일명 건빵바지) 등도 금지 복장. 

    셔츠는 옷깃이 있는 캐주얼 셔츠나 티셔츠까지 허용하되 라운드티,쫄티,민소매나 화려한 색상·무늬·글씨가 들어간 옷은 금지했다. 신발은 정장 구두류, 구두 스타일 캐주얼화은 허용했고 스니커즈, 샌들, 부츠, 워커형 슈즈 등은 금지했다. 
    posted by 좋은느낌/원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