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저는 아침 5시30분부터, 때로는 밤 12시까지 58일간 아프리카를 몸으로 부딪치면서 제 머릿속에 환영으로만 존재하던 그곳의 포장되지 않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진실, 경탄과 비탄에 접근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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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푸른 하늘, 오카방고 델타처럼 둑을 넘어 너른 강을 이룬 밤하늘의 은하수, 수평선과 다름없는 온갖 생명들을 품은 대지의 지평선, 돌과 모래, 오렌지색의 사막, Etosha National Park의 백색의 미네럴 평원, 시속 120Km로 하루를 달려도 끝이 나지 않는 초원과 관목, 신화처럼 나무위로 얼굴을 내민 기린, 거대한 계곡과 폭포, 무지개와 폭우, 버팔로를 쫒는 사자, 수많은 스프링복, 4천년을 넘게 살아온 바오밥나무 등 매일 매일이 경이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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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저를 가슴 먹먹하게 한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기계로 짠 옷을 입는 대신 동물가죽 한 조각만 걸치고 평생 동안 목욕 한번 하지 않아도 멋과 향기가 나는 힘바 여인, 숲과 대지에서 모든 것을 얻는 산San족, 그들의 조상이 돌 위에 남긴 가식 없는 그림과 춤, 헤레로Herero족 여인의 순박함, 지나는 차를 보면 본능적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천진한 아이들이 저를 감동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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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가슴 아프게 한 것도 사람이었습니다.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에이즈 때문에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들, 모두를 팔아도 하루치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2개의 조각품을 손에 들고 하루 종일 이방인을 찾아 쫓아다니는 청소년, 배고픔을 호소하며 거친 손을 내미는 깡마른 사람들이 저를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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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곤란하게 한 것도 사람이었습니다. 새벽 4시30분에 제 방을 침입하는 도둑과의 대면, 길거리에서의 2번의 심각한 위협, 결국 조벅국제공항에서 제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먹는 것을 줄여가며 모은 각종 자료들이 담긴 저의 배낭을 가져간 것도 이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들이 밉지가 않았습니다. 아니 미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아프리카는 그리고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뺏기고 살았습니다. 식민지 확장에 혈안이 된 제국들의 피침과 자원의 강탈, 어떤 구실로도 용서될 수 없는 노예로서의 세월, 지금까지도 그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파르헤이트 Apartheid(인종격리정책)의 짙은 후유증, 되풀이되고 있는 종족 간의 갈등과 반목도 그 원인 제공자는 바로 문명의 잣대와 명분名分으로 격식과 상식을 갖춘 서구인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 기준으로 교육받고 그 기준으로 삶의 가치를 판단해 온 분류와 다름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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