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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Project/Mobis Claim Analysis'에 해당되는 글 2

    1. 2009.04.09 현대자동차 뉴에쿠스 시승기 및 제원
    2. 2008.10.25 제네시스 쿠페 2% 부족한 이유
    2009. 4. 9. 15:18 Project/Mobis Claim Analysis
    원문 :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0904/e20090409105233101530.htm

    지난 해 현대모비스의 품질분석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현대기아차의 신차발표에 관심이 계속 생기고 있다..
    올초, 새로운 에쿠스에도 괜한 관심이 간다..
    뭐...그닥 좋은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뜻깊은 프로젝트였기에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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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에쿠스 2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제네시스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된 뒷바퀴 굴림방식 대형 세단이다. 뉴 에쿠스로 인해 이제 현대차 라인업은 모두 자체 개발 모델로 채워졌다. 


    에쿠스는 시장의 규모는 적지만 현존하는 글로벌 메이커 중 몇 안되는 유럽 기준으로 E2 세그먼트에 속하는 초대형 세단이다. 독일과 영국, 일본,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자체 개발 E2 세그먼트의 모델을 내놓았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현대 뉴 에쿠스 VS380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뉴 에쿠스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이제 현대차 라인업은 모두 자체 개발 모델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1969년 회사 설립 이래 40년에 걸친 성과다. 지금 눈을 돌려 보면 글로벌 메이커들 중 현대차와 같은 라인업을 갖춘 예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차체의 크기만으로 보면 5m가 넘는 차를 만들고 있는 메이커는 독일과 미국, 일본, 영국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또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V형 8기통 엔진을 소유하고 있는 메이커는 전 세계 10개에 불과하다.

    어느덧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리의 포인트가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능력을 평가하기도 했고 브랜드라는 점을 중시하기도 했었다. 연간 400만대 이상 생산하는 6개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그레이트(Gtreat) 6’라는 의견이 지배한 적도 있었다. 또는 친환경, 또는 차세대 파워 트레인 기술을 보유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도 재기됐었다. 최근에는 연간 1,000만대라는 새로운 규모의 경제논리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그 모든 논란과 주장에서 현대기아차 그룹은 논외였다. 디트로이트 빅3가 힘을 잃은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은 미국 자동차업체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해 필자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논리’대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는 메이커로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빅3를 제외하면 토요타와 폭스바겐, 닛산, 혼다, 그리고 현대기아 정도를 꼽는 것이 보통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에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합하면 아직까지는 7개 업체 정도다. 그레이트6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해도 거기에 현대기아차가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에쿠스는 그런 현대기아차 그룹의 존재감의 표현이다. 특히 1995년 5월 등장한 초대 에쿠스를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다. 당시로서는 한국차로서는 가장 크고 가장 비싼 모델이었지만 스타일링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까지 주요 부분을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형태를 취했었다. 현대자동차가 초창기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배운 것은 미쓰비시였다. 그리고 그 역사는 한국산 최대 모델에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공동 개발을 했음에도 1세대 에쿠스는 안정적이지 못한 품질관리로 지적을 많이 받았다. ‘깡통’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도 문제가 많았고 큰 차체를 지탱할 수 있는 강성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짧게는 초대 에쿠스부터, 길게는 국산 고유 모델 기치를 내걸고 시작된 포니 프로젝트 이래 40년 가까운 사이에 현대차는 온전히 자생력을 갖춘 메이커로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공동 개발 당시 미쓰비시는 4.5리터 엔진 개발을 포기했으나 현대자동차는 밀어 붙였다. 시행착오였지만 그 결과 이제는 4.6리터 타우엔진까지 독자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겠지만 지켜 보는 입장에서는 놀랍다는 표현 이외에는 특별한 표현이 떠 오르지 않는다.

    국산차의 기치를 내걸고 40년 전 시작된 포니 프로젝트의 결실이 이제야 맺어졌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맨 땅에 헤딩하기’로 도전했던 한국차 만들기가 이제야 완성된 것이다. 그것은 물론 1990년 마북리 연구소의 설립으로 자체 엔진 개발을 위한 노력이 없었다면, 또 1998년 현대기아차의 통합에 의한 남양연구소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또한 쏘나타부터 시작된 독자적인 플랫폼 계획이 없었더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제품력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점에서 무리수에 강수를 두면서 기술력을 확보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0년 사이에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대는 완전히 독립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플라이어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부품을 직접 자회사를 통해 개발하기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한국을 4대 축으로 행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최근 현대가 만들어 내는 차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사실 에쿠스가 속하는 세그먼트의 판매대수는 아주 미미하다. 가격으로 따지면 미국시장에서 6만 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모델의 판매대수는 페라리와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을 모두 합해도 30만여만대에 불과하다. 연간 7,000만대가 넘는 시장에 비하면 0.5%도 되지 않는다. 에쿠스가 과연 그 정도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것이 항상 안타까운 부분이다. 제네시스의 예를 참고로 한다면 4만~5만 달러선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 가격표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에쿠스급의 모델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지대하다. 기술력의 표현을 넘어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까지 포함한 종합예술로서의 극치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역사를 근거로 현대자동차만의 가치를 형상화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넓혀가는 구체적인 작업이 필요한 때다. 그렇게 해서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걸맞는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Exterior

    에쿠스는 외형적 존재감의 표현에서 크기에 대한 고려가 많은 모델이다. 중후한 고급스러움의 표현에서 20세기의 방식과 오늘날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을 고민했다는 얘기이다. 스타일링 큐는 발전(Evolution)이 아니라 혁신(Revolution)이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큐를 채택했다는 얘기.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존재감이다. 이 세그먼트의 모델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이다. 존재감은 외형적인 존재감과 내재적 존재감으로 구분된다. 외형에서는 크기가 우선이고 다음이 스타일링 디자인이다. 거기에 파워트레인도 들어간다. 각종 첨단 장비도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내재적인 것은 브랜드 가치를 일컫는다. 스타일링 디자인은 파워 트레인과 함께 외형적인 존재감과 동시에 내재적 존재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독창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외형적인 존재감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모두 갖추었다. 현대자동차가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렉서스 LS 시리즈보다 수치상으로 더 큰 차체를 갖고 있다. 이 등급의 모델을 타는 수요자들에게 주변을 압도하는 차체는 필수조건이다. 전장×전폭×전고가 5,160×1,900×1,495mm, 휠 베이스 3,045mm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5,076×1,871×1,473mm, 3,035mm보다 크다. 렉서스의 롱 휠 베이스 버전(5,150mm)보다 크다.

    스타일링 디자인은 제네시스의 독창성이 워낙 강해서인지 에쿠스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져 보인다. 오늘날 럭셔리카들이 많이 사용하는 라인과 면이 부분적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독창성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우리의 입장에서 본 시각이다. 이는 시장의 수요자들이 판단한다. 여기에는 ‘좋은 디자인이 잘 팔리는지, 아니면 디자인이 좋아서 잘 팔리는지’라는 아이러니한 논란도 있다. 

    프론트 엔드에서는 VS460의 폭포수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VS380은 수평 그릴로 차별화하고 있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60%를 차지한다고 하는 프론트 엔드는 에쿠스뿐만이 아니라 현대 브랜드가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으로 자리할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댑티브 HID 헤드램프와 아래쪽에 LED 램프를 사용한 방향지시등으로 고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이드 실루엣은 기본적으로 로 노즈 하이 데크라는 이론에 충식하고 있지만 선대 모델의 각에 비해 라운드화를 강조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캐릭터 라인. 벤틀리 컨티넨탈 시리즈, 그리고 메르세데스 신형 E클래스 등에서 보았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 등급의 모델들은 직선에 가까운 라인을 사용해 완고함을 표현한다. 그에 반해 신형 에쿠스의 그것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에쿠스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신 그만큼 중후함을 상쇄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 라인으로 인해 수치상으로는 선대 모델보다 더 크지만 시각적으로는 작아 보인다. 아래 세그먼트에서와는 달리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C필러의 경사각을 완만하게 눕힌 것도 각을 세웠던 과거와는 많이 다른 터치이다. 그래도 선의 사용이 많이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리어에서는 와이드한 감각을 살리려 한 터치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의 디자인이 렉서스 현행 LS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다. 선대 모델보다는 작아졌다. 트렁크 리드의 가니시와 앞뒤 범퍼 좌우, 사이드 도어 프레임 등에 크롬 도금처리를 한 것은 디자인 측면에서의 평가와 시장에서의 평가가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디퓨저 타입의 범퍼와 그 아래쪽에 일체형으로 머플러를 삽입한 것은 시대적인 흐름에 충실한 것. 그러면서 전체적인 조형미에서는 독자적인 컬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에쿠스는 제네시스와 같은 플랫폼을 유용하고 있으며 차체 중량 배분을 앞 : 뒤 52 : 48로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차체 강성 측면에서의 신장이 느껴진다. 제네시스 때도 그랬지만 섀시 제어 기술이 과연 현대자동차가 직접 세팅했을까 할 정도로 단단해졌다. 소음과 진동의 실내 차단을 위한 N.V.H. 대책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느끼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도 무방할 내용이다. 공기저항계수 Cd치는 0.27. 

    Interior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네시스와 쌍용의 체어맨W도 그랬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S클래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크게는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그렇고 도어 트림에 설계된 시트 조절 버튼도 마찬가지이다. 우드트림과 크롬도금, 알루미늄 트림을 모두 사용해 힘이 너무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실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리얼 우드 트림. 7시리즈와 S클래스, LS 등에도 적용되어 있다. 실제 원목을 여러겹으로 압축해 코팅한 리얼 우드는 한국산 차로서는 처음이다. 리얼 우드 트림이 주는 혜택(?)은 모든 차이 패턴이 같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차별화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 때문에 채용한다. 크래쉬 패드와 도어 트림 및 운전석 에어백 부분을 천연 가죽으로 감싼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센터페시아에서는 아날로그 시계가 먼저 시선을 잡는다. 조금은 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맨 위에 있는 8인치 대형 모니터가 제네시스를 통해 선 보였던 운전자통합정보시스템, 즉 DIS컨트롤러와 함께 신세대 현대차임을 주장하고 있다. 스타일링 디자인만큼이나 선호도가 다양한 부분이다. 일단은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사용하기 쉽게 처리되어 있다는 얘기. 제네시스에서와 마찬가지로 DIS와 시프트 레버 패널 주변의 버튼류가 조금은 많아 보이지만 가능한 심플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전동식 틸팅&텔리스코픽 기능의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패드의 버튼은 제네시스와 일부 공유하고 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최근의 현대차들이 그렇듯이 수퍼비전 클러스터를 채용하고 있다. 온보드 컴퓨터의 디스플레이창이 별도로 설계되어 있어 차량의 상태 및 경고음, 편의 기능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 주고 있다.

    시트는 5인승을 기본으로 4인승 모델도 있다. 당연히 오늘날 이 등급의 유저들이 상상하는 모든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냉난방 통풍시트의 착좌감은 안락성을 우선 고려한 감각이다. 그러니까 앉게 되면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세그먼트의 차, 특히 아시아 지역의 유저들을 위해 중요한 것은 뒷좌석의 편의성이다. 에쿠스는 이 대목에서는 렉서스 LS시리즈를 벤치마칭하고 있다. 뒷좌석 오른쪽에 앉은 사람을 위한 배려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조수석 시트를 앞쪽으로 폴딩시키는 것과 시승차인 VS380에는 채용되지 않았지만 비행기 비즈니스석처럼 아래쪽 다리 지지대를 설계한 것, 그리고 마사지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마사지 기능은 자동과 수동모드가 LS는 3개인데 에쿠스는 2개 뿐인 점만 다르고 15분이라는 작동시간까지 똑 같다. 다른 점은 LS는 유선 리모콘인데 에쿠스는 무선이다. 필자도 가끔씩 뒷좌석에 앉아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장비는 호사스럽다고 느끼면서도 심리적인 안락감을 제공한다는 것을 느낀다. 오랫 동안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아야 하는 것은 중요한 조건이다.

    당연히 뒷좌석 탑승차를 위한 모니터라든가 쿨박스, 수납함, 조명, 거울, 테이블 등 그동안 수입차를 통해 경험했던 거의 모든 편의장비가 들어가 있다. 트렁크 용량은 474리터로 비교대상으로 삼은 모델들 중에서는 가장 크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도 세일즈 포인트. 

    트렁크는 골프백 탑재를 중시하는 한국시장을 의식해서인지 용량도 474리터로 크고 좌우 벽면처리도 깔끔하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3.8리터 V6 람다와 4.6리터 V8 타우 두 가지. 3.8 V6는 국내에, 4.6리터 V8은 미국시장에 제네시스를 통해 소개되었다. 이중 V8 타우는 한국차 최초로 미국 워즈(Ward’s)가 선정한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상은 필자가 심사원으로 속해있는 ‘엔진 오브 더 이어’에 비해 지역적인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위한 조건들을 하나씩 축적해 간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VS460의 엔진은 배기량 4,627cc V형 8기통 DOHC로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가변 흡기기구, 흡배기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까지는 채용했지만 아직까지 직분사는 아니다. 직분사 엔진도 머지 않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출력 366ps/6,500rpm, 최대토크 44.8kgm/3,500rpm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부분에서 렉서스 LS460의 380ps/6,400rpm보다는 떨어지지만 절대 수치가 의외로 높게 나온 점은 주목할만하다. 

    오늘 시승하는 모델은 VS380으로 제네시스 BH380을 통해 이미 경험했던 엔진으로 3,778cc V형 6기통 DOHC D-CVVT로 최고출력 290ps/6,200rpm, 최대토크 36.5kg?m/4,500rpm를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아이신제 6단 AT가 조합된다. 제네시스용에 비해 일부 부품이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이미 검증을 받은 변속기라는 점에서는 문제가 없다. 다단화가 마케팅 수단이 되어 있는 시대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뒷바퀴 굴림방식용 8단 AT도 자체 기술로 개발이 완성단계에 있어 머지 않아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700rpm 전후, 레드존은 6,75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50km/h에서 2단, 100km/h에서 3단, 145km/h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통상적인 기어비를 채택하고 있다. 

    엔진 사운드는 전형적으로 정숙성에 포인트를 맞춘 타입이다.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올라감에 따라 데시벨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남양연구소의 프루빙 그라운드의 고속주회로에서 250km/h 가까운 속도까지 끌어 올려도 엔진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았다. 차체 중량을 생각하면 의외의 가속감이다. 날카롭게 치고 올라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호쾌한 가속감으로 도로를 제압한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첫 번째 벽 직전에서 변속이 된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거침이 없다고 했던 제네시스에서와는 약간 다른 반응이다. 더 이상 속도계의 바늘을 올리는데는 인내가 필요하다. 기어폭은 약간 넓은 설정이다. 4.6리터 사양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물론 오늘날 등장하는 엔진들은 플랫 토크로 전 영역에서 고른 반응을 보여준다. 사운드는 렉서스와 같은 감각으로 극단적인 정숙성 지향이다. 

    더불어 트랜스미션과의 매칭도 크게 지적할 것은 없다. 시프트 히스테리를 일으킨다거나 하지 않는다. 차체 중량을 생각하면 좋은 세팅이라고 할만하다. 최근 다단화의 추세 때문에 여러가지 말이 많지만 통상적인 주행이라면 이 이상은 필요없을 것 같다. 특히 8단 AT는 가격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려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패들 시프트는 왜 채용하지 않았을까? 

    서스펜션은 앞뒤 공히 멀티 링크. 이론적으로 주행성과 승차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타입이다. 문제는 세팅력에 의해 성격의 차이가 난다. 에쿠스는 댐핑 스트로크가 메르세데스 벤츠 S350L, 렉서스 LS460L의 중간 점을 잡고 있다. 차체의 쏠림, 즉 롤 각의 억제 정도가 위 두 차의 중간 정도라는 얘기이다. 쉽게 설명하면 승차감이 유럽차보다는 부드럽지만 일본차보다는 하드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락성을 중심으로 쾌적성에 ?높은 비중을 두는 타입이다.

    그런 특성은 요철이 있는 도로와 연속된 와인딩 로드 등에서 잘 나타난다. 노면의 요철에 대해서는 세 차가 특별히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흡수를 하고 지나간다. 다만 연속된 코너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차를 운전하는 운전수(?)가 그런 운전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그로 인한 운전자의 자세 차이는 크다. 

    여기에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도 옵션으로 장비하고 있다. High, Normal, Low 3단계로 감쇄력을 제어하도록 되어 있다. 운전자는 버튼으로 High와 Normal 상태를 조절할 수 있고 차고가 30mm 상승 또는 하강한다. Low 모드는 120km/h 이상의 속도로 10초 달리면 자동으로 차고를 15mm 낮추어 주는 기능이다. 

    코너링에서 2톤이 넘는 차체를 완전히 의식하지 않고 빠져 나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자세가 나온다. 한국차의 경우 가끔씩 시승을 위한 차량에 별도의 세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부분은 확인할 수 없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인 VDC를 중심으로 한 차량 통합 제어 시스템의 채용으로 웬만한 트러블을 해결해 준다. 다만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현장 노하우가 많은 선진 메이커들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헤어핀에서 리어 타이어의 접지력을 원한다면 18인치나 19인치를 선택하면 된다. 

    스티어링도 전기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을 채용해 쾌적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더불어 최소회전반경 수치도 평가할만하다. ASD 채용시 5.65m, AIR은 5.75m로 S클래스의 5.9m보다 적다. 실제 주행성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교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전체적으로는 중속 영역까지는 불만이 없지만 고속역으로 올라가면 4.6리터 사양을 타 보고 싶어진다. 

    시승 도중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런 하드웨어의 성격보다는 각종 첨단장비의 기능들이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그 외에는 또 무엇이 없을까 할 정도로 이 크기의 자동차들이 채용한 것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에쿠스에 거는 기대가 큰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객관적으로 같은 크기의 독일 프리미엄 모델들이나 렉서스 등과 비교하기에 아직 갭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상품성 때문이 아니라 파워트레인의 개발력과 브랜드의 격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초기 시승에서는 비교할 테면 해봐라 하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얘기해 보라는 식이다. 그래서 그들이 장비하고 있는 것들은 가능한 모두 채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보음과 함께 안전벨트를 조여주는 차선이탈 경보장치를 비롯해 전후방 카메라를 이용한 주차 보조장치, 프리 세이프 시트벨트, 앞 차와의 차간거리 제어 장비인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제네시스에서 보다 한 걸음 더 나간 행보를 보여 주었다. 

    차선이탈경보장치가 황색선을 인식한다는 것이라든가 후방 주차 가이드 시스템, 도어를 완전히 닫아주는 기능 등도 그만큼의 돈은 들어가지만 이 등급 유저들에게는 필수장비다. 차선 이탈경보장치는 경고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시트벨트를 당겨 운전자가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안전장비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다만 차선 상태에 따라 흰색 점선을 황색실선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아직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주목을 끌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양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결코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차체 강성 측면에서 높은 발전을 보이면서 제품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링과 디자인, 상품성 측면에서 아무리 내용을 갖추었다고 판매가 적으면 좋은 차로 평가되지 못한다. ‘잘 팔린 차치고 나쁜 디자인 없다.’라는 역설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현대와 기아차를 보면서 좋은 차로 만드는 것은 이제는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제네시스 이후 한국차도 글로벌 무대에서 가격 전략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대두되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Value for Money만을 부르짖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짧은 역사를 핑계로 댄다. 그것을 인정한다해도 어떤 형태로든지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해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그저 ‘가격 대비 가치가 좋기 때문에’라는 전략이 언제까지 먹혀들지는 않는다. 프랑스와 미국 메이커들이 잘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주요제원 에쿠스 VS380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60×1,900×1,495mm
    휠 베이스 : 3,045mm
    차량중량 : 1,875kg
    트레드 앞/뒤 : 1,616/1,633mm
    실내 (장×폭×고): -----mm
    최저지상고 : ----mm
    트렁크 용량 : 474리터
    연료탱크 용량 : 77리터 



    엔진
    형식 : ,778cc V형 6기통 DOHC D-CVVT
    보어×스트로크 : 96.0×87.0mm
    압축비 : 10.4 :1
    최고출력 : 290ps/6,200rpm
    최대토크 : 36.5kg?m/4,500rpm



    섀시
    서스펜션 : 앞/뒤 멀티링크(5링크)
    브레이크 : 앞/뒤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245/45R19//275/40R19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방식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AT
    기어비 : 3.520/2.042/1.400/1.000/0.716/0.596/후진 3.224
    최종감속비 :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5.65m(5.75m)
    연비 : 9.4 km/ℓ



    차량가격 VS380 모델 :
    럭셔리(Luxury) 6,370만원
    프라임(Prime) 7,240만원
    프레스티지(Prestige) 8,300만원



    VS460 모델
    프레스티지(Prestige) 1억 520만원





    posted by 좋은느낌/원철
    2008. 10. 25. 10:40 Project/Mobis Claim Analysis
    출처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959161?pos=1&RIGHT_VIEW3=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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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쿠페, 2% 부족한 이유

    뉴욕에서 바라본 세상 2008/10/23 22:59 by 고수민

    제가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에는 현대의 스쿠프나 티뷰론과 같은 차가 스포츠카라고만 생각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점점 관심을 더 가지게 되고 자동차 관련 책들을 보기 시작하니까 표현도 어색한 스포츠루킹카라는 이상한 표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것이 sports car라는 영어표현에 대비해서 스포츠카의 흉내만 낸(혹은 모양은 스포츠카인데 성능은 받쳐주지 못한다는 의미) sports looking car의 표기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표현을 쓰는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나 칼럼니스트들이 이런 콩글리쉬까지 만들어낸 이유는 아마도 스포츠카 근처도 못 갈 기술력을 가지고 겉모양만 가지고 스포츠카라고 강변하는 국내 자동차사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기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스포츠카의 정의는 무엇?

    저도 모양만 예쁘고 문이 두 개면 다 스포츠카가 아닌가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스포츠카의 정의를 집단 지성의 대표주자인 위키피디어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A sports car is a term used to describe a class of automobile. The exact definition varies, but generally it is used to refer to a low to ground, light weight vehicle with a powerful engine. Most vehicles referred to as sports cars are rear-wheel drive, have two seats, two doors, and are designed for more precise handling, acceleration, and aesthetics. A sports car's dominant considerations can be superior road handling, braking, maneuverability, low weight, and high power, rather than passenger space, comfort, and fuel economy.


    정리를 해보면 정의는 분분하나, 지상고가 낮고, 가벼운 차체를 가졌으나 강한 엔진을 가진 자동차라고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후륜구동 방식이어야 하고, 두 개의 좌석과 두 개의 차문을 가지고, 좀 더 정확한 핸들링과 가속 그리고 미학적인 면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이 된 차를 말하는 것으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아마 여러분들 중 그 누가 생각하고 있는 스포츠카와도 크게 다른 정의는 아니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에 앞서려면 정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창의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과거에 럭셔리 자동차의 대표였던 벤츠를 도저히 넘지 못하고 2인자의 자리에서 머물러있던 BMW가 스포츠카의 핸들링과 성능을 세단에 접목시킨 스포츠세단이라는 것을 유행시키더니 이젠 벤츠가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의해서 BMW의 핸들링에 비교당하면서 아직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누구도 전체적으로 봐서 벤츠가 BMW보다 못하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핸들링에 관해서는 벤츠가 떨어진다는 말은 항상 미국 자동차 전문기자의 자동차 평에서 보이는 말입니다. 또한 제네시스가 출시되었을 때에도 거의 모든 미국 잡지의 시승기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BMW의 핸들링을 기대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 만든 편이다”라며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해주었었습니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BMW

    즉, BMW는 스포츠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고 이제 벤츠를 비롯한 모든 럭셔리 자동차들이 좋던 싫던 BMW에 비교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감이 좋아서 인지, BMW가 개척한 길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인지 이제는 거의 모든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동차를 출시할 때마다 스포츠세단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대 제네시스도 포함해서) 각 업체들은 자사의 자동차가 스포츠 세단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엔진의 출력이나 속칭 제로백이라고 하는(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수치를 부각해서 광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상 모든 자동차 소비자가 칼날 같은 핸들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기민한 핸들링이 일상의 운행에서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지만 스포츠세단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주는 첨단 자동차의 이미지는 부정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더욱이 푹신하고 묵직한 느낌을 좋아하는 운전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조차도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신들의 자동차를 스포츠세단이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담인데 이 스포츠라는 것이 과연 무슨 종목의 스포츠일까요. 당연히 모터 스포츠 즉, 자동차 경주대회를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경주용 자동차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빨라야 하니까 엔진의 출력이 높아야 할 것이고, 차체도 가벼워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바로 바로 설 수도 있어야 하니까 브레이크의 성능도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핸들링입니다.

    여담인데 영어로는 steering wheel을 우리는 핸들이라는 콩글리쉬로 쓰다 보니 핸들링이라는 말도 의미가 잘못 해석되기도 했던 시절이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에 기아자동차가 IMF시절에 부도가 나기 전에 야심작으로 출시했던 크레도스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차는 많은 자동차 기자들이 핸들링이 경쟁차종인 소나타3에 비해서 낫다고 칭찬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핸들이 얼마나 쉽게 잘 돌아가는가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내가 몰아보니 소나타가 핸들링이 더 좋더구먼!” 하면서 기자들이 틀렸다고 하는 사람도 보았었습니다.

    핸들링이라는 말은 자동차가 얼마나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여 주는냐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능은 직진 가속시보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 확연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특히 고속으로 코너구간을 달리다 보면 아무리 엔진이 힘 센 자동차라 할지라도 트랙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감속을 할 수 밖에 없고 특히 트랙이 구불구불하다고 한다면 좋은 핸들링이 없이는 높은 엔진의 출력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안정성을 위해 광폭타이어를 끼우는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에다가 자동차 전후의 무게 배분을 적절히 해야 하고 때로는 트랙션 컨트롤 장치와 같은 전자장비도 필요하게 되며, 전륜구동보다는 후륜구동이 나은 핸들링을 제공하는데 요즘은 승용차에 아예 전륜구동 (全輪驅動)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좀 더 나은 핸들링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향상된 핸들링이 필요하느냐를 떠나서, 일상의 운전에서 진짜로 차이를 느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일반 운전자도 실제로 일상의 주행에서 고속운행이나 코너 주행 시 분명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예는 아닐지 모르겠는데 얼마 전에 타시던 BMW를 팔고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를 사신 교포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분 이야기가 BMW를 타다가 베라쿠르즈를 타니 오히려 베라쿠르즈의 승차감이 너무 좋다고 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분명 이 분은 한국식의 무른 승차감이 체질에 맞는 분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승차감의 차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든 그 반대로든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 쿠페, 진정한 스포츠카?

    요즘 현대자동차는 한국에서 새로이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를 두고 이제 진정한 스포츠카가 탄생하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똑 같은 이름을 가진 제네시스 세단에 기반을 두어 쿠페로 변형한 차라고 하는데 의외로 가격이 적정해서 제네시스가 데뷔했을 때만큼의 가격에 대한 큰 논란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차가 미국시장에도 곧 데뷔할 예정이고 이 소식은 미국의 자동차 팬들과 전문가들에게도 물론 전해져서 약간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가격의 책정이 국내 가격보다 저렴했던 것을 감안하면(현대자동차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제네시스 쿠페의 가격도 의외로 저렴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고, 현대 측에서 잡고 있는 연간 3만대 정도의 판매목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의 판매전망이 기대에 어긋날 수도 있는 데 저는 제네시스 쿠페의 성능 중에서도 제로백에 관해서만 따져 보려고 합니다.

    국내 양산형 자동차들의 제로백은 보통 10-14초 사이라고 합니다. 보통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면 7초 내의 제로백을 보여야 한다고들 하는데 미국 시판 형인 제네시스 세단은 이 기준에는 쉽게 부합됩니다. (측정값이 조사기관마다 다르나 3.8모델은 6초대 초 중반, 4.6모델은 5초대 후반으로 발표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쿠페는 어떨까요. 스포츠세단은 스포츠세단이지 스포츠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스포츠카라면 스포츠 드라이빙에 더 적합해야 하므로 쿠페 형으로 나오는 것이 더 맞고 위에 소개 드린 스포츠카의 정의도 그것을 뒷받침합니다.(BMW의 M시리즈 같은 예외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진짜 스포츠카라는 3.8리터 엔진을 가진 제네시스 쿠페의 제로백이 6.5초라고 하니까 일반 자동차의 기준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빠른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가격대비 이 정도의 고성능의 자동차는 수많은 수입차 속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큰 엔진의 제네시스 세단, 렉서스보다 느리다

    문제는 이 제로백은 미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줄만한 수치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에드먼즈닷컴이라는 미국 자동차 전문사이트에서 제네시스 4.6 세단과 렉서스 GS의 3.5 세단을 비교 평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항목에 대해 다양한 비교를 했고 결론적으로는 가격의 절대적인 우위를 지닌 제네시스가 비교평가에서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비교평가를 읽는 내내 찜찜했던 것이 바로 이 제로백이었습니다.

    According to our scales, the GS 350 weighs in 320 pounds less than the Genesis and that helped it score a 5.7-second 0-60-mph time and run through the quarter-mile in 14.0 seconds at 99.5 mph. The Genesis, despite its larger, more powerful V8, was slower, completing those same feats in 5.9 seconds and 14.1 seconds at 101 mph.


    본문의 내용은 결국 렉서스는 더 작은 엔진을 가지고도 제로백이 5.7이 나왔고 제네시스는 더 큰 엔진과 출력을 가지고도 5.9초가 나와서 렉서스가 더 빠르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제로백은 단지 엔진의 출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변속기나 타이어, 차체 무게 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로백이 느리다고 열등한 차라고 판단되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만 적어도 스스로 스포츠 세단이라고 표방한다면 더 나은 스포츠적인 성능을 가지는 것이 호의적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네시스 세단은 같은 6기통의 비교도 아니고 6기통 대 8기통의 비교에서 뒤졌다는 것에서 불편한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저만이 아니었던지 이 비교평가에 댓글을 달았던 많은 미국의 독자들이 비교가 공정하지 않다면 불만을 표했습니다. 차라리 6기통끼리 비교해서 졌으면 차이는 더 벌어졌을지언정 자존심은 덜 상했을까요.

    기대에 못 미치는 제네시스 쿠페

    그래서 미국의 현대자동차 팬들 사이에서는 차체가 훨씬 작고 가벼울 제네시스 쿠페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발표된 제로백을 보니 제네시스 3.6 세단과 비교해서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니싼 자동차에서 나오는 350z라는 스포츠카가 있습니다. 가격이 28000불에서 38000불 정도로 나와있고 후륜구동에다가 쿠페이므로 현대 제네시스와 여러모로 비교대상이 되는 차입니다. 이 차의 2008년식 모델이 3.5리터의 엔진에다가 307마력의 출력을 가졌고 제로백이 5.3초로 나와있습니다. (에드먼즈닷컴 자료) 물론 가격은 현대의 3.8모델이 근소하게 싸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1.2초나 되는 차이로 느리다는 사실은 미국의 자동차 팬들을 결코 설레게 할 만한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세단을 사지 않고 작고 불편한 쿠페를 사는 이유는 미적인 면을 빼면 “빠르다”는 것밖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니싼의 쿠페도 아닌 맥시마라는 세단을 보면(가격은 3만불 정도) 이 역시 3.5리터 엔진에 제로백이 에드먼즈는 6.3초, 모터트랜드는 6.1초의 기록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큐라의 세단인 TL도 6초대 초반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도 비싸고, 전륜구동인 위 두 모델을 예로 들어서 제네시스 쿠페와 비교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초점은 덩치도 크고, 세단인 즉, 여러 면에서 동력성능에 제네시스 쿠페에 비해 손해인 차들보다도 제네시스 쿠페가 느리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어필하기 위해서 제네시스 쿠페의 제로백과 같은 성능의 열세는 결국 저렴한 가격으로 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제네시스 쿠페의 가격을 2만불 초 중반으로 잡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미국시장에서 현대의 성장의 비결로 일본 차 대비 90-95% 만큼 성능의 자동차를 85-90%의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일본 차와 비교자체가 가능할 정도로 좋은 차를 만든 현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럭셔리자동차나 고성능 차 시장에서도 조금 떨어지지만 값은 더 많이 싼 전략이 먹힐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제네시스 쿠페가 럭셔리자동차의 범주라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럭셔리자동차에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제네시스와 같은 플래폼에다가 같은 이름까지 타고 나올 예정이니 억지로라도 럭셔리 스포츠카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국내 신문에서 인피니티의 G37쿠페와도 비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훨씬 비싸지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G37의 제로백이 5.4초입니다. 



    현대가 캐딜락에서 배울 점, 캐딜락이 현대에서 배우고 있는 점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자동차 이야기입니다만 얼마 전에 빈사상태의 캐딜락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CTS의 스포츠버전인 CTS-V와 BMW M5와의 비교시승기를 읽다 보니  놀랍게도 캐딜락이 4.6초의 제로백을 보이는 등 월등한 성능으로 BMW M5를 으로 꺾고 승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글을 쓴 기자가 이렇게 끝을 맺더군요. 이제 캐딜락이 왕이다라고 말이죠. 노인들이나 타는 캐딜락이 핸들링과 성능을 위주로 한 CTS를 내놓은 것부터가 절박했던 GM 경영진과 기술진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했고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경쟁차를 성능으로 압도하는 차를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중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길은 95% 성능의 자동차를 85% 가격에 공급하는 것 보다는 105% 성능의 자동차를 95%의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캐딜락은 그것을 이미 알아챈 것 같고 현대는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미국시장 진출 넉 달 만에 마이너스로 판매 감소세로 돌아선 제네시스가 시사하는 바는 그래서 더 뼈가 아픈 교훈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한국 차로서는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성장한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헤비급 선수들이 즐비한 미국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정말 2%가 부족합니다. 이제 막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판에 재를 뿌리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차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모터트랜드에서 캐딜락의 새로운 플래그쉽 세단이 될 2012년형 DT7을 예고하는 기사에서 한 문장을 인용해봅니다.

    The DT7 is precisely the sort of flagship car Cadillac needs to be considered a legitimate player in the luxury segment, a car that should play with Mercedes S-Class, BMW 7 Series, Lexus LS 460, and-yes-Hyundai's astounding new Genesis sedan. GM will be watching the national/global zeitgeist to determine whether building a new, large sedan makes better sense in late 2009 than it does in late 2008.

    DT7은 캐딜락이 필요로 하는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460, 그리고 현대의 놀라운 제네시스 세단과 경쟁할 제대로 된 경쟁자로 간주될 바로 그런 종류의 기함이다. (후략)


    제가 이 글을 읽다가 놀랐던 것은 3년 후에 나올 캐딜락의 기함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이 명차들의 대열에 제네시스를 끼워준 것에 놀랐습니다. 어쩌면 캐딜락을 설명했지만 제네시스 한 단어를 끼워 넣어 줌으로서 한국 차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사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만 알아주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외면 받아서 사라져간 모델들을 생각해보면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제네시스 형제의 2% 부족함이 더욱 아쉽게 다가옵니다.


    posted by 좋은느낌/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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