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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느낌/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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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10. 6. 11:08 시사/요즘 세상은
    [이사람] 끈질긴 생부의 노력이 만든 ‘기적’
    ‘입양 34년만에 부녀 상봉’ 배광옥·난희씨
    75년 아내 죽고 갓 태어난 딸 프랑스 보내
    홀트복지회에 새 주소 계속 남겨 ‘만남’
    “양부 돌아가셔 감사인사 못드린 게 한”
    한겨레  권오성 기자
    » 프랑스에 입양됐던 배난희(다프네 낭 르 세르장)씨가 34년 만인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 일시보호소에서 아버지 배광옥씨를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친아버지는 딸의 양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등졌다는 이야기를 듣곤 터져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말했다. “나의 첫째 꿈은 능력이 닿는 데까지 너의 발전을 돕는 것이고 두번째가 너를 키워준 양부모를 만나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돌아가셨다니… 한이 되겠구나.”

    갓 태어난 딸을 외국으로 입양시켜야 했던 배광옥(64)씨는 28일 딸 난희(34)씨를 34년 만에 만나 연신 울고 웃었다. 평생 프랑스에서 살아온 난희씨도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와 눈이 마주칠 때면 미소를 지었다.

    충남 광천에서 태어난 배씨는 1973년 홀로 상경해 이듬해 동대문구 면목동 판자촌에 아내 김순희씨와 보금자리를 틀었다. 겨울이면 윗목의 물그릇이 얼고 여름이면 뒷산 모기들과 싸워야 하는 산동네였지만 부부는 행복했고 아내는 곧 아이를 가졌다.

    75년 6월18일, 배씨는 진통이 시작된 아내를 업고 산부인과로 달려갔다. 의사는 ‘임신중독’이라며 제왕절개 수술을 권했지만 돈이 없던 배씨는 동네 조산원에 도움을 청했다. 그날 밤 10시, 딸 난희씨를 낳고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자살까지도 생각했던 배씨는 아이를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겼고 핏덩이 같은 딸을 프랑스로 보내야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서로를 찾은 혈육의 정은 ‘34년 만의 상봉’이라는 극적인 만남을 맺었다. 한강변 아파트에서 경비원 일을 하면서 아내를 따라 강물에 뛰어들고만 싶은 유혹과 싸워왔던 배씨는 20여년이 지나 재혼해 안정을 찾았고, 딸을 보내야 했던 홀트아동복지회를 다시 찾았다. 그는 혹시나 자신을 찾을지 모른다는 마음에 주소와 연락처를 남기고 변동이 있을 때면 늘 고쳐 두었다. 프랑스에서 사진작가로 성장한 딸은 전시회로 인연을 맺은 한국문화원의 후원으로 미뤄만 왔던 고국 방문의 기회를 잡아 최근 비로소 서울에 왔다. 이날 복지회의 주선으로 부녀는 극적인 재회를 했다.

    딸 배씨는 이날 “나의 빈 곳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늘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를 만나고 나니 이제 그만 찾아도 될 것 같아요.”

    부녀는 34년이라는 지난 세월을 따라잡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에 마음이 바쁘다. 배씨는 “나도 20년가량 여러 사진을 찍어왔는데 서울과 파리에서 너와 함께 사진전을 하고 싶다”고 들떴고, 딸은 “돌아가면 한글부터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posted by 좋은느낌/원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