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5. 10:40
Project/Mobis Claim Analysis
출처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959161?pos=1&RIGHT_VIEW3=R3
+++++++++++++++++++++++++++++++++++++++
무엇인가에 앞서려면 정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창의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과거에 럭셔리 자동차의 대표였던 벤츠를 도저히 넘지 못하고 2인자의 자리에서 머물러있던 BMW가 스포츠카의 핸들링과 성능을 세단에 접목시킨 스포츠세단이라는 것을 유행시키더니 이젠 벤츠가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의해서 BMW의 핸들링에 비교당하면서 아직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누구도 전체적으로 봐서 벤츠가 BMW보다 못하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핸들링에 관해서는 벤츠가 떨어진다는 말은 항상 미국 자동차 전문기자의 자동차 평에서 보이는 말입니다. 또한 제네시스가 출시되었을 때에도 거의 모든 미국 잡지의 시승기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BMW의 핸들링을 기대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 만든 편이다”라며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해주었었습니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BMW
즉, BMW는 스포츠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고 이제 벤츠를 비롯한 모든 럭셔리 자동차들이 좋던 싫던 BMW에 비교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감이 좋아서 인지, BMW가 개척한 길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인지 이제는 거의 모든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동차를 출시할 때마다 스포츠세단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대 제네시스도 포함해서) 각 업체들은 자사의 자동차가 스포츠 세단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엔진의 출력이나 속칭 제로백이라고 하는(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수치를 부각해서 광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상 모든 자동차 소비자가 칼날 같은 핸들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기민한 핸들링이 일상의 운행에서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지만 스포츠세단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주는 첨단 자동차의 이미지는 부정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더욱이 푹신하고 묵직한 느낌을 좋아하는 운전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조차도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신들의 자동차를 스포츠세단이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담인데 이 스포츠라는 것이 과연 무슨 종목의 스포츠일까요. 당연히 모터 스포츠 즉, 자동차 경주대회를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경주용 자동차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빨라야 하니까 엔진의 출력이 높아야 할 것이고, 차체도 가벼워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바로 바로 설 수도 있어야 하니까 브레이크의 성능도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핸들링입니다.
여담인데 영어로는 steering wheel을 우리는 핸들이라는 콩글리쉬로 쓰다 보니 핸들링이라는 말도 의미가 잘못 해석되기도 했던 시절이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에 기아자동차가 IMF시절에 부도가 나기 전에 야심작으로 출시했던 크레도스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차는 많은 자동차 기자들이 핸들링이 경쟁차종인 소나타3에 비해서 낫다고 칭찬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핸들이 얼마나 쉽게 잘 돌아가는가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내가 몰아보니 소나타가 핸들링이 더 좋더구먼!” 하면서 기자들이 틀렸다고 하는 사람도 보았었습니다.
핸들링이라는 말은 자동차가 얼마나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여 주는냐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능은 직진 가속시보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 확연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특히 고속으로 코너구간을 달리다 보면 아무리 엔진이 힘 센 자동차라 할지라도 트랙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감속을 할 수 밖에 없고 특히 트랙이 구불구불하다고 한다면 좋은 핸들링이 없이는 높은 엔진의 출력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안정성을 위해 광폭타이어를 끼우는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에다가 자동차 전후의 무게 배분을 적절히 해야 하고 때로는 트랙션 컨트롤 장치와 같은 전자장비도 필요하게 되며, 전륜구동보다는 후륜구동이 나은 핸들링을 제공하는데 요즘은 승용차에 아예 전륜구동 (全輪驅動)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좀 더 나은 핸들링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향상된 핸들링이 필요하느냐를 떠나서, 일상의 운전에서 진짜로 차이를 느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일반 운전자도 실제로 일상의 주행에서 고속운행이나 코너 주행 시 분명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예는 아닐지 모르겠는데 얼마 전에 타시던 BMW를 팔고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를 사신 교포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분 이야기가 BMW를 타다가 베라쿠르즈를 타니 오히려 베라쿠르즈의 승차감이 너무 좋다고 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분명 이 분은 한국식의 무른 승차감이 체질에 맞는 분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승차감의 차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든 그 반대로든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 쿠페, 진정한 스포츠카?
요즘 현대자동차는 한국에서 새로이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를 두고 이제 진정한 스포츠카가 탄생하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똑 같은 이름을 가진 제네시스 세단에 기반을 두어 쿠페로 변형한 차라고 하는데 의외로 가격이 적정해서 제네시스가 데뷔했을 때만큼의 가격에 대한 큰 논란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차가 미국시장에도 곧 데뷔할 예정이고 이 소식은 미국의 자동차 팬들과 전문가들에게도 물론 전해져서 약간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가격의 책정이 국내 가격보다 저렴했던 것을 감안하면(현대자동차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제네시스 쿠페의 가격도 의외로 저렴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고, 현대 측에서 잡고 있는 연간 3만대 정도의 판매목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의 판매전망이 기대에 어긋날 수도 있는 데 저는 제네시스 쿠페의 성능 중에서도 제로백에 관해서만 따져 보려고 합니다.
국내 양산형 자동차들의 제로백은 보통 10-14초 사이라고 합니다. 보통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면 7초 내의 제로백을 보여야 한다고들 하는데 미국 시판 형인 제네시스 세단은 이 기준에는 쉽게 부합됩니다. (측정값이 조사기관마다 다르나 3.8모델은 6초대 초 중반, 4.6모델은 5초대 후반으로 발표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쿠페는 어떨까요. 스포츠세단은 스포츠세단이지 스포츠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스포츠카라면 스포츠 드라이빙에 더 적합해야 하므로 쿠페 형으로 나오는 것이 더 맞고 위에 소개 드린 스포츠카의 정의도 그것을 뒷받침합니다.(BMW의 M시리즈 같은 예외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진짜 스포츠카라는 3.8리터 엔진을 가진 제네시스 쿠페의 제로백이 6.5초라고 하니까 일반 자동차의 기준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빠른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가격대비 이 정도의 고성능의 자동차는 수많은 수입차 속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큰 엔진의 제네시스 세단, 렉서스보다 느리다
문제는 이 제로백은 미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줄만한 수치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에드먼즈닷컴이라는 미국 자동차 전문사이트에서 제네시스 4.6 세단과 렉서스 GS의 3.5 세단을 비교 평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항목에 대해 다양한 비교를 했고 결론적으로는 가격의 절대적인 우위를 지닌 제네시스가 비교평가에서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비교평가를 읽는 내내 찜찜했던 것이 바로 이 제로백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네시스 세단은 같은 6기통의 비교도 아니고 6기통 대 8기통의 비교에서 뒤졌다는 것에서 불편한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저만이 아니었던지 이 비교평가에 댓글을 달았던 많은 미국의 독자들이 비교가 공정하지 않다면 불만을 표했습니다. 차라리 6기통끼리 비교해서 졌으면 차이는 더 벌어졌을지언정 자존심은 덜 상했을까요.
기대에 못 미치는 제네시스 쿠페
그래서 미국의 현대자동차 팬들 사이에서는 차체가 훨씬 작고 가벼울 제네시스 쿠페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발표된 제로백을 보니 제네시스 3.6 세단과 비교해서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니싼 자동차에서 나오는 350z라는 스포츠카가 있습니다. 가격이 28000불에서 38000불 정도로 나와있고 후륜구동에다가 쿠페이므로 현대 제네시스와 여러모로 비교대상이 되는 차입니다. 이 차의 2008년식 모델이 3.5리터의 엔진에다가 307마력의 출력을 가졌고 제로백이 5.3초로 나와있습니다. (에드먼즈닷컴 자료) 물론 가격은 현대의 3.8모델이 근소하게 싸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1.2초나 되는 차이로 느리다는 사실은 미국의 자동차 팬들을 결코 설레게 할 만한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세단을 사지 않고 작고 불편한 쿠페를 사는 이유는 미적인 면을 빼면 “빠르다”는 것밖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니싼의 쿠페도 아닌 맥시마라는 세단을 보면(가격은 3만불 정도) 이 역시 3.5리터 엔진에 제로백이 에드먼즈는 6.3초, 모터트랜드는 6.1초의 기록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큐라의 세단인 TL도 6초대 초반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도 비싸고, 전륜구동인 위 두 모델을 예로 들어서 제네시스 쿠페와 비교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초점은 덩치도 크고, 세단인 즉, 여러 면에서 동력성능에 제네시스 쿠페에 비해 손해인 차들보다도 제네시스 쿠페가 느리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어필하기 위해서 제네시스 쿠페의 제로백과 같은 성능의 열세는 결국 저렴한 가격으로 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제네시스 쿠페의 가격을 2만불 초 중반으로 잡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미국시장에서 현대의 성장의 비결로 일본 차 대비 90-95% 만큼 성능의 자동차를 85-90%의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일본 차와 비교자체가 가능할 정도로 좋은 차를 만든 현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럭셔리자동차나 고성능 차 시장에서도 조금 떨어지지만 값은 더 많이 싼 전략이 먹힐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제네시스 쿠페가 럭셔리자동차의 범주라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럭셔리자동차에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제네시스와 같은 플래폼에다가 같은 이름까지 타고 나올 예정이니 억지로라도 럭셔리 스포츠카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국내 신문에서 인피니티의 G37쿠페와도 비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훨씬 비싸지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G37의 제로백이 5.4초입니다.
현대가 캐딜락에서 배울 점, 캐딜락이 현대에서 배우고 있는 점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자동차 이야기입니다만 얼마 전에 빈사상태의 캐딜락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CTS의 스포츠버전인 CTS-V와 BMW M5와의 비교시승기를 읽다 보니 놀랍게도 캐딜락이 4.6초의 제로백을 보이는 등 월등한 성능으로 BMW M5를 으로 꺾고 승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글을 쓴 기자가 이렇게 끝을 맺더군요. 이제 캐딜락이 왕이다라고 말이죠. 노인들이나 타는 캐딜락이 핸들링과 성능을 위주로 한 CTS를 내놓은 것부터가 절박했던 GM 경영진과 기술진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했고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경쟁차를 성능으로 압도하는 차를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중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길은 95% 성능의 자동차를 85% 가격에 공급하는 것 보다는 105% 성능의 자동차를 95%의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캐딜락은 그것을 이미 알아챈 것 같고 현대는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미국시장 진출 넉 달 만에 마이너스로 판매 감소세로 돌아선 제네시스가 시사하는 바는 그래서 더 뼈가 아픈 교훈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한국 차로서는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성장한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헤비급 선수들이 즐비한 미국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정말 2%가 부족합니다. 이제 막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판에 재를 뿌리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차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모터트랜드에서 캐딜락의 새로운 플래그쉽 세단이 될 2012년형 DT7을 예고하는 기사에서 한 문장을 인용해봅니다.
제가 이 글을 읽다가 놀랐던 것은 3년 후에 나올 캐딜락의 기함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이 명차들의 대열에 제네시스를 끼워준 것에 놀랐습니다. 어쩌면 캐딜락을 설명했지만 제네시스 한 단어를 끼워 넣어 줌으로서 한국 차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사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만 알아주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외면 받아서 사라져간 모델들을 생각해보면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제네시스 형제의 2% 부족함이 더욱 아쉽게 다가옵니다.
+++++++++++++++++++++++++++++++++++++++
제네시스 쿠페, 2% 부족한 이유
제가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에는 현대의 스쿠프나 티뷰론과 같은 차가 스포츠카라고만 생각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점점 관심을 더 가지게 되고 자동차 관련 책들을 보기 시작하니까 표현도 어색한 스포츠루킹카라는 이상한 표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것이 sports car라는 영어표현에 대비해서 스포츠카의 흉내만 낸(혹은 모양은 스포츠카인데 성능은 받쳐주지 못한다는 의미) sports looking car의 표기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표현을 쓰는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나 칼럼니스트들이 이런 콩글리쉬까지 만들어낸 이유는 아마도 스포츠카 근처도 못 갈 기술력을 가지고 겉모양만 가지고 스포츠카라고 강변하는 국내 자동차사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기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스포츠카의 정의는 무엇?
저도 모양만 예쁘고 문이 두 개면 다 스포츠카가 아닌가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스포츠카의 정의를 집단 지성의 대표주자인 위키피디어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A sports car is a term used to describe a class of automobile. The exact definition varies, but generally it is used to refer to a low to ground, light weight vehicle with a powerful engine. Most vehicles referred to as sports cars are rear-wheel drive, have two seats, two doors, and are designed for more precise handling, acceleration, and aesthetics. A sports car's dominant considerations can be superior road handling, braking, maneuverability, low weight, and high power, rather than passenger space, comfort, and fuel economy.
정리를 해보면 정의는 분분하나, 지상고가 낮고, 가벼운 차체를 가졌으나 강한 엔진을 가진 자동차라고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후륜구동 방식이어야 하고, 두 개의 좌석과 두 개의 차문을 가지고, 좀 더 정확한 핸들링과 가속 그리고 미학적인 면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이 된 차를 말하는 것으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아마 여러분들 중 그 누가 생각하고 있는 스포츠카와도 크게 다른 정의는 아니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에 앞서려면 정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창의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과거에 럭셔리 자동차의 대표였던 벤츠를 도저히 넘지 못하고 2인자의 자리에서 머물러있던 BMW가 스포츠카의 핸들링과 성능을 세단에 접목시킨 스포츠세단이라는 것을 유행시키더니 이젠 벤츠가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의해서 BMW의 핸들링에 비교당하면서 아직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누구도 전체적으로 봐서 벤츠가 BMW보다 못하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핸들링에 관해서는 벤츠가 떨어진다는 말은 항상 미국 자동차 전문기자의 자동차 평에서 보이는 말입니다. 또한 제네시스가 출시되었을 때에도 거의 모든 미국 잡지의 시승기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BMW의 핸들링을 기대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 만든 편이다”라며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해주었었습니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BMW
즉, BMW는 스포츠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고 이제 벤츠를 비롯한 모든 럭셔리 자동차들이 좋던 싫던 BMW에 비교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감이 좋아서 인지, BMW가 개척한 길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인지 이제는 거의 모든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동차를 출시할 때마다 스포츠세단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대 제네시스도 포함해서) 각 업체들은 자사의 자동차가 스포츠 세단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엔진의 출력이나 속칭 제로백이라고 하는(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수치를 부각해서 광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상 모든 자동차 소비자가 칼날 같은 핸들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기민한 핸들링이 일상의 운행에서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지만 스포츠세단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주는 첨단 자동차의 이미지는 부정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더욱이 푹신하고 묵직한 느낌을 좋아하는 운전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조차도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신들의 자동차를 스포츠세단이라고 광고하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담인데 이 스포츠라는 것이 과연 무슨 종목의 스포츠일까요. 당연히 모터 스포츠 즉, 자동차 경주대회를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경주용 자동차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빨라야 하니까 엔진의 출력이 높아야 할 것이고, 차체도 가벼워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바로 바로 설 수도 있어야 하니까 브레이크의 성능도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핸들링입니다.
여담인데 영어로는 steering wheel을 우리는 핸들이라는 콩글리쉬로 쓰다 보니 핸들링이라는 말도 의미가 잘못 해석되기도 했던 시절이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에 기아자동차가 IMF시절에 부도가 나기 전에 야심작으로 출시했던 크레도스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차는 많은 자동차 기자들이 핸들링이 경쟁차종인 소나타3에 비해서 낫다고 칭찬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핸들이 얼마나 쉽게 잘 돌아가는가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내가 몰아보니 소나타가 핸들링이 더 좋더구먼!” 하면서 기자들이 틀렸다고 하는 사람도 보았었습니다.
핸들링이라는 말은 자동차가 얼마나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여 주는냐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능은 직진 가속시보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 확연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특히 고속으로 코너구간을 달리다 보면 아무리 엔진이 힘 센 자동차라 할지라도 트랙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감속을 할 수 밖에 없고 특히 트랙이 구불구불하다고 한다면 좋은 핸들링이 없이는 높은 엔진의 출력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안정성을 위해 광폭타이어를 끼우는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에다가 자동차 전후의 무게 배분을 적절히 해야 하고 때로는 트랙션 컨트롤 장치와 같은 전자장비도 필요하게 되며, 전륜구동보다는 후륜구동이 나은 핸들링을 제공하는데 요즘은 승용차에 아예 전륜구동 (全輪驅動)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좀 더 나은 핸들링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향상된 핸들링이 필요하느냐를 떠나서, 일상의 운전에서 진짜로 차이를 느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일반 운전자도 실제로 일상의 주행에서 고속운행이나 코너 주행 시 분명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예는 아닐지 모르겠는데 얼마 전에 타시던 BMW를 팔고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를 사신 교포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분 이야기가 BMW를 타다가 베라쿠르즈를 타니 오히려 베라쿠르즈의 승차감이 너무 좋다고 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분명 이 분은 한국식의 무른 승차감이 체질에 맞는 분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승차감의 차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든 그 반대로든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 쿠페, 진정한 스포츠카?
요즘 현대자동차는 한국에서 새로이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를 두고 이제 진정한 스포츠카가 탄생하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똑 같은 이름을 가진 제네시스 세단에 기반을 두어 쿠페로 변형한 차라고 하는데 의외로 가격이 적정해서 제네시스가 데뷔했을 때만큼의 가격에 대한 큰 논란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차가 미국시장에도 곧 데뷔할 예정이고 이 소식은 미국의 자동차 팬들과 전문가들에게도 물론 전해져서 약간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가격의 책정이 국내 가격보다 저렴했던 것을 감안하면(현대자동차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제네시스 쿠페의 가격도 의외로 저렴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고, 현대 측에서 잡고 있는 연간 3만대 정도의 판매목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의 판매전망이 기대에 어긋날 수도 있는 데 저는 제네시스 쿠페의 성능 중에서도 제로백에 관해서만 따져 보려고 합니다.
국내 양산형 자동차들의 제로백은 보통 10-14초 사이라고 합니다. 보통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면 7초 내의 제로백을 보여야 한다고들 하는데 미국 시판 형인 제네시스 세단은 이 기준에는 쉽게 부합됩니다. (측정값이 조사기관마다 다르나 3.8모델은 6초대 초 중반, 4.6모델은 5초대 후반으로 발표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쿠페는 어떨까요. 스포츠세단은 스포츠세단이지 스포츠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스포츠카라면 스포츠 드라이빙에 더 적합해야 하므로 쿠페 형으로 나오는 것이 더 맞고 위에 소개 드린 스포츠카의 정의도 그것을 뒷받침합니다.(BMW의 M시리즈 같은 예외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진짜 스포츠카라는 3.8리터 엔진을 가진 제네시스 쿠페의 제로백이 6.5초라고 하니까 일반 자동차의 기준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빠른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가격대비 이 정도의 고성능의 자동차는 수많은 수입차 속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큰 엔진의 제네시스 세단, 렉서스보다 느리다
문제는 이 제로백은 미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줄만한 수치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에드먼즈닷컴이라는 미국 자동차 전문사이트에서 제네시스 4.6 세단과 렉서스 GS의 3.5 세단을 비교 평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항목에 대해 다양한 비교를 했고 결론적으로는 가격의 절대적인 우위를 지닌 제네시스가 비교평가에서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비교평가를 읽는 내내 찜찜했던 것이 바로 이 제로백이었습니다.
According to our scales, the GS 350 weighs in 320 pounds less than the Genesis and that helped it score a 5.7-second 0-60-mph time and run through the quarter-mile in 14.0 seconds at 99.5 mph. The Genesis, despite its larger, more powerful V8, was slower, completing those same feats in 5.9 seconds and 14.1 seconds at 101 mph.
그런데 제네시스 세단은 같은 6기통의 비교도 아니고 6기통 대 8기통의 비교에서 뒤졌다는 것에서 불편한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저만이 아니었던지 이 비교평가에 댓글을 달았던 많은 미국의 독자들이 비교가 공정하지 않다면 불만을 표했습니다. 차라리 6기통끼리 비교해서 졌으면 차이는 더 벌어졌을지언정 자존심은 덜 상했을까요.
기대에 못 미치는 제네시스 쿠페
그래서 미국의 현대자동차 팬들 사이에서는 차체가 훨씬 작고 가벼울 제네시스 쿠페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발표된 제로백을 보니 제네시스 3.6 세단과 비교해서 별로 나아진 것도 없는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니싼 자동차에서 나오는 350z라는 스포츠카가 있습니다. 가격이 28000불에서 38000불 정도로 나와있고 후륜구동에다가 쿠페이므로 현대 제네시스와 여러모로 비교대상이 되는 차입니다. 이 차의 2008년식 모델이 3.5리터의 엔진에다가 307마력의 출력을 가졌고 제로백이 5.3초로 나와있습니다. (에드먼즈닷컴 자료) 물론 가격은 현대의 3.8모델이 근소하게 싸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1.2초나 되는 차이로 느리다는 사실은 미국의 자동차 팬들을 결코 설레게 할 만한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세단을 사지 않고 작고 불편한 쿠페를 사는 이유는 미적인 면을 빼면 “빠르다”는 것밖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니싼의 쿠페도 아닌 맥시마라는 세단을 보면(가격은 3만불 정도) 이 역시 3.5리터 엔진에 제로백이 에드먼즈는 6.3초, 모터트랜드는 6.1초의 기록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큐라의 세단인 TL도 6초대 초반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도 비싸고, 전륜구동인 위 두 모델을 예로 들어서 제네시스 쿠페와 비교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초점은 덩치도 크고, 세단인 즉, 여러 면에서 동력성능에 제네시스 쿠페에 비해 손해인 차들보다도 제네시스 쿠페가 느리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어필하기 위해서 제네시스 쿠페의 제로백과 같은 성능의 열세는 결국 저렴한 가격으로 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제네시스 쿠페의 가격을 2만불 초 중반으로 잡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미국시장에서 현대의 성장의 비결로 일본 차 대비 90-95% 만큼 성능의 자동차를 85-90%의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일본 차와 비교자체가 가능할 정도로 좋은 차를 만든 현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럭셔리자동차나 고성능 차 시장에서도 조금 떨어지지만 값은 더 많이 싼 전략이 먹힐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제네시스 쿠페가 럭셔리자동차의 범주라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럭셔리자동차에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제네시스와 같은 플래폼에다가 같은 이름까지 타고 나올 예정이니 억지로라도 럭셔리 스포츠카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국내 신문에서 인피니티의 G37쿠페와도 비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훨씬 비싸지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G37의 제로백이 5.4초입니다.
현대가 캐딜락에서 배울 점, 캐딜락이 현대에서 배우고 있는 점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자동차 이야기입니다만 얼마 전에 빈사상태의 캐딜락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CTS의 스포츠버전인 CTS-V와 BMW M5와의 비교시승기를 읽다 보니 놀랍게도 캐딜락이 4.6초의 제로백을 보이는 등 월등한 성능으로 BMW M5를 으로 꺾고 승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글을 쓴 기자가 이렇게 끝을 맺더군요. 이제 캐딜락이 왕이다라고 말이죠. 노인들이나 타는 캐딜락이 핸들링과 성능을 위주로 한 CTS를 내놓은 것부터가 절박했던 GM 경영진과 기술진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했고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경쟁차를 성능으로 압도하는 차를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중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길은 95% 성능의 자동차를 85% 가격에 공급하는 것 보다는 105% 성능의 자동차를 95%의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캐딜락은 그것을 이미 알아챈 것 같고 현대는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미국시장 진출 넉 달 만에 마이너스로 판매 감소세로 돌아선 제네시스가 시사하는 바는 그래서 더 뼈가 아픈 교훈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한국 차로서는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성장한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헤비급 선수들이 즐비한 미국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정말 2%가 부족합니다. 이제 막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판에 재를 뿌리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차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모터트랜드에서 캐딜락의 새로운 플래그쉽 세단이 될 2012년형 DT7을 예고하는 기사에서 한 문장을 인용해봅니다.
The DT7 is precisely the sort of flagship car Cadillac needs to be considered a legitimate player in the luxury segment, a car that should play with Mercedes S-Class, BMW 7 Series, Lexus LS 460, and-yes-Hyundai's astounding new Genesis sedan. GM will be watching the national/global zeitgeist to determine whether building a new, large sedan makes better sense in late 2009 than it does in late 2008.
DT7은 캐딜락이 필요로 하는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460, 그리고 현대의 놀라운 제네시스 세단과 경쟁할 제대로 된 경쟁자로 간주될 바로 그런 종류의 기함이다. (후략)
DT7은 캐딜락이 필요로 하는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460, 그리고 현대의 놀라운 제네시스 세단과 경쟁할 제대로 된 경쟁자로 간주될 바로 그런 종류의 기함이다. (후략)
제가 이 글을 읽다가 놀랐던 것은 3년 후에 나올 캐딜락의 기함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이 명차들의 대열에 제네시스를 끼워준 것에 놀랐습니다. 어쩌면 캐딜락을 설명했지만 제네시스 한 단어를 끼워 넣어 줌으로서 한국 차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사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만 알아주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외면 받아서 사라져간 모델들을 생각해보면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제네시스 형제의 2% 부족함이 더욱 아쉽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