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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느낌/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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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12. 31. 10:21 카테고리 없음

    영어 단어 평생 기억하는 비결 – 제 4편

    한국식 언어교육의 허점은 지금까지 말씀 드린 것처럼 감각훈련이 무시된 지식전달 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 그것이 아무리 오래 전에 먹었던 음식이라 하더라도,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그 음식의 모양과 맛이 즉시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 음식은 이렇게 만들며 냄새와 맛은 저렇다”라는 것을 아무리 열심히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해도, 그걸 한 번이라도 실제로 냄새를 맡아보고 먹어 본 사람만큼 그 음식을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감각은 절대로 잊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도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감각을 통해서 습득됩니다. 특히 영어 단어를 배울 때, 우리는 각 단어마다 고유한 뜻이 있어서 그 자체로써 감각이 충분하다고 흔히 잘 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 단어가 문장 안에서 다른 단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했을 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느낌이나 한 단계 더 깊어지는 감각의 세계를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일어 나고 있지요.

    단어는 음식의 재료와 같은 것

    영어를 요리에 비유한다면 단어들은 요리를 만드는 재료에 해당합니다. 물론 음식의 재료들도 제각기 고유한 맛이 있지요. 그러나 아무도 그 재료를 독립적인 음식으로 먹지는 않기 때문에 그 맛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재료들이 한데 어울려 어떤 일품요리가 완성되면 그 때에 각 재료들이 내는 새로운 맛, 깊은 맛을 우리는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요리를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요. 요리마다 조리법이 다르듯 단어들도 다른 단어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양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식은 문법이 아니라 문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표현법이지요

    완성된 요리 안에서 각 성분이 가진 보다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단어를 공부할 때도 완성된 문장 안에서 각 단어의 보다 깊은 감각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 때 우리에게 전달되는 느낌의 깊이는 예문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달려있습니다. 요리가 훌륭할수록 그 맛이 주는 느낌이 그만큼 더 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아가 영어 학습은 그것이 단어, 문법, 독해, 작문, 듣기, 말하기 중에서 어느 것이 됐든 별도로 분리해서 배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에 이 중에서 어느 하나를 따로 분리해서 마스터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무지함에서 온 것이거나 다른 의도를 감추고 있는 사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어는 감각이다”라는 명제를 더욱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 우리가 거쳐야 하는 또 하나의 훈련이 있습니다. 그것은 듣기, 말하기 훈련으로써, 우리가 가진 감각기관을 더 많이 동원하여 우리가 들어가는 감각세계를 그만큼 더 깊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 훈련은 영어를 모국어로 배우든 외국어로 배우든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예문들을 창작한 작가들이 이러한 목적으로 표준 발음과 표준 억양으로 단어와 예문을 직접 읽고 녹음한 것을 귀로 듣고 말도 따라 하는 훈련을 했을 경우, 영어 단어와 예문이 우리의 오감 전체를 통해서 익혀집니다. 이 때에도 물론 학습의 중심은 예문 안에 설정된 상황이 주는 분위기와 감각입니다. 이 같은 음성을 통한 훈련을 앞에서 말씀 드렸던 최적 주기 복습에 함께 포함시키면, 학습자의 영어 감각이 원어민의 수준에 근접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자의 사명

    한국에서 조기 유학 온 어느 학생이 영어단어를 공부하는 방식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예문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단어를 종이 위에 펜으로 무수히 반복해서 쓰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잘 외워진다고 부모님이 가르쳐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숨이 막힐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손가락으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인가! 손가락 끝에 혀가 달려있는 것도 아닌데 . . .”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전을 통째로 외우면서 한 장씩 찢어내어 입 안에 넣고 씹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영어를 학습하고 이빨로 영어를 소화시키겠다고 시도하는, 저 비 합리적이고 비 지성적인 학습방식은 누가 발명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일을 목격하면서 저는 가슴 밑바닥에 분노가 응어리처럼 뭉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교육철학의 빈곤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동안 얼마나 허망하게 노력을 탕진해 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었으며, 그건 또한 “아, 쉽고도 빠른 길을 놔두고, 어쩌자고 저렇게 무모한 관행이 지속되도록 방관했다는 말인가!”하는, 교육자들을 향한 원망이기도 했습니다.

    교육자들의 사명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교육, 사교육에서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편법을 배격하여, 자라나는 새싹들이 희생되지 않고 참으로 강인한 생존력을 갖도록 훈련시키고, 각 개인이 갖추고 있는 인적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능률적인 훈련방식까지 세밀하게 설계해나가는 것도 그 사명의 일부입니다.

    SAT시험의 출제위원들의 말에 의하면 독해력 문제의 수준을 10학년을 마친 학생을 기준으로 정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유달리 SAT영어시험에서 고전하는 것이 문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교육 목표는 SAT선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그 너머에 있는 대학교육에 맞춰져 있어야 하며, 함께 문제의 근원을 보면서 진지하게 해결책을 찾아야겠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음식의 맛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게 하는 잔인함을 중지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대신 음식을 직접 맛보면서 즐겁게 먹는 체험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 음식이 최고의 명품 요리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그렇게 즐겁고 쉬운 방법으로 음식에 대해서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영어공부도 이와 똑같습니다. 훌륭한 예문이 바로 아이들이 맛볼 명품 요리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어휘뿐만 아니라 영어 전반에 대한 감각훈련을 함께 해줌으로써 영어 구사력이 일취월장하시기를 기원합니다.

    posted by 좋은느낌/원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