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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느낌/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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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4. 7. 17:11 시사/요즘 세상은
    원문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03708&CMPT_CD=P0000

    이건 내 얘기를 적어놓은 것 같다..

    난 아직 과장이고 부장되려면 멀었지만 말이다..

    사는 것이 이렇게 팍팍해서야 어떻게 살겠냐마는...

    그래도 이렇게라도 직장이 있고 살아가는 것이 다행인 것이다..

    누구는 좋은 직장에서-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높은 연봉 받고 이것저것 즐기면서 사는데..

    그런 사람들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그렇기에 더 위화감이 느껴진다..

    얼른 뭔가를 이루어야 할 텐데..

    그 때는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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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한 중소기업에 다니며 실직 당하지 않고 출근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사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얼마 전 경제신문을 보니 대기업 연봉은 외환은행이 평균 7246만원이고, 삼성전자는 6040만원이었습니다. 솔직히 저 역시 직급은 부장급이지만 연봉은 삼성전자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회사 규모가 작기 때문인데 이것도 감지덕지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월급으로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학비 대가며 생활하기가 너무 빠듯합니다. 저축은 고사하고 한 달 한 달 마이너스가 안 나면 다행입니다.

     

    월급에서 사교육비 빼면, 마이너스 가계부

     

    제 월급은 한 달 실수령액 기준 220만원 정도입니다. 이 중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학원비와 학비로 한 달 평균 100만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집을 살 때 받은 대출이자 42만원, 아파트 관리비와 통신요금, 세금 등 45만원을 빼면 생활비 할 돈이 없습니다. 아이들 용돈과 경조사비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가계부는 마이너스 행진을 해온 지 오래됐습니다.

     

      
    ▲ 은행대출내역 집을 살 때 받은 은행대출금 이자는 마이너스 경제의 주범이다.
    ⓒ 이재형
     은행대출

    아이들이 크면서 지출은 점점 늘어나는데, 3년 전 처음으로 내 집 마련할 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때문에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워낙 돈 없이 집을 사다보니 9천만 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남들처럼 투기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파트값 오르고 내리고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 공부방이 필요해 구입한 것입니다.
     
    물론 전세를 계속 살았으면 지금처럼 쪼들리지는 않았을 텐데, 2006년은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사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무리다 싶었지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제 월급만으로는 자녀들 학비 대고 생활하기가 힘들었는지 아내가 저 몰래 식당이라도 나갔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제게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저 볼 일을 보러 다니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매일 저녁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걸 보니, 아내가 일을 하러 다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빨리 빚 갚아야 해요" 잠꼬대하는 아내

     

      
    ▲ 식당 주방 아내가 식당 일 나가는 것을 한동안 몰랐다. 아니 알고도 모른 척 했다.
    ⓒ 이재형
     아내

    아내는 잠을 자면서 자주 심하게 잠꼬대를 합니다. 아파트 대출금 9천만원에 대한 부담이 아내의 어깨와 가슴을 짓누르는 듯 "빨리 빚 갚아야 해요"하며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잠결에 들은 아내의 그 말을 듣고 난 뒤,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베란다에 나가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결혼한 지 18년째, 남들처럼 호강시켜주며 살지 못했어도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점점 멀어지는 듯합니다. 지금 중고등학생 학비 대기도 빠듯한데, 큰 놈이 대학에 가면 어떻게 연간 1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를 댈지 걱정입니다. 어렵게 산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가야 아이들 대학 공부를 시킬 수 있을 듯합니다.

     

    아내가 식당 일을 한 지 10개월 정도 됩니다. 하루 종일 설거지와 서빙을 하느라 힘들지만 아이들 뒷바라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아내의 손을 잡아보면 거칠고 습진도 많이 생겨 예전의 그 부드러운 손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맘에도 없이 아내의 손이 거칠다고 퉁명스럽게 "손 좀 가꾸고 살아요, 여자가 손이 왜 그래요?"하면, 아내는 "일하다 보면 다 그렇지요, 뭐"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갑니다. 남편의 기와 자존심을 끝까지 세워주려는 아내의 마음씀이에 속으로는 눈물이 났습니다. 아내를 고생시키는 못난 남편의 자책감이 한없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인 큰 딸이 엄마가 낮에 식당으로 일하러 다니는 걸 눈치챘나 봅니다. 지난 3월말 즈음 아내가 큰 딸의 방을 청소하다가 "엄마가 너무 힘들게 사시는 것 같다. 내가 빨리 커서 엄마가 힘들지 않게 해줘야 하는데… 걱정이다. 엄마 사랑해요. 큰 딸이 꼭 훌륭하게 커서 보답할게요"라는 글이 딸의 비망록에 써있는 걸 보고 아내가 펑펑 울었다고, 퇴근해 돌아온 내게 말했습니다.
     
    아내의 눈이 부어 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아내는 그동안 식당에 다닌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 집에 없는 사이 우리 부부는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동안 속으로만 안타까워하며 잡아주지 못했던 아내의 거칠어진 손을 덥석 잡으며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못난 남편의 눈물에 아내는 당황하는 듯했지만, 오히려 식당 일을 나가게 된 것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 아내는 더 미안해했습니다. 아내는 끝까지 남편의 자존심을 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거친 손, 이젠 매일 잡으렵니다

     

    비록 은행 빚도 많고 제가 받는 월급도 작지만 아이들도 철이 들어가고, 아내와 저는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 그 어떤 가정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내도 몰래 다니던 식당 일을 떳떳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가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면서 힘을 내 열심히 일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며 저를 위로합니다.

     

    아내의 위로를 한껏 받은 저는 다시 힘을 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언제 실직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살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친구나 회사 동료, 아니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제 아내가 가장 든든한 제 후원자요 동반자입니다. 앞으로는 퇴근 후 아내의 거칠어진 손을 매일 잡아주려 합니다. 비록 거칠고 습진으로 터진 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바로 제 아내의 손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좋은느낌/원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