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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느낌/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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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10. 7. 08:28 기타
    원문 : http://media.daum.net/politics/north/view.html?cateid=1026&newsid=20081006162505720&p=ohmynews&RIGHT_TOPIC=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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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몬드'인가, '어몬드'인가? 우리는 흔히 '미국영어'라는 말을 쓰지만, 미국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발음, 어휘, 문법 등에 차이가 있다.

    ⓒ Wikimedia Commons
    한국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내용과 형식이 엄밀히 구분되지 않는 언어의 미묘한 특성을 잘 말해준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은 한국어만이 아니다. 고소한 맛이 나는 납작한 열매를 '아몬드'로 부를지 '어몬드'로 부를지는 미국인들에게도 혼란스러운 문제다.

    미국 언어학자인 버트 복스의 2002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절반 이상(59.7%)이 '어몬드'(정확히는 '어'와 '오'의 중간소리)로 발음했다. '아몬드'라고 부르는 사람은 비교적 소수(18.69%)였다. 일부는 '오몬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5.65%).

    미국의 발음논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치열했던 '토마토-토메이토(tomato)' 전쟁이 있고, 그에 못지 않은 논란을 불러온 '오픈-오프튼(often)' 싸움도 있다. 여기에 고전적인 '베이스-바즈(vase)'와 '앤트-안트(aunt)' 논쟁, 그리고 거기에 '발레-밸릿(valet)' 등 외래어 다툼까지 가세하면 혼란의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발음은 가족·교육·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적 차이가 크다. 미국인들의 발음이 갖는 독특한 차이를 지도에 표시하면 지역적으로 구분되는 언어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 차이를 잘 살펴보면 미국의 형성과정과 이민역사, 그리고 문화에 관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지역에 따라 '탄산음료'를 부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언어지도. 동부, 서부, 북부, 남부에 따라 뚜렷이 구분되는 언어분포를 볼 수 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팝'이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되는 지역이며, 노란색은 '소다,' 그리고 붉은 색이 '코크'다.

    ⓒ M.Campbell
    '소다'냐, '팝'이냐, '코크'냐

    지역에 따라 다른 것은 발음만이 아니다. 같은 대상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도 흔하다. 예컨대 동부와 서부해안 지역에서는 탄산음료가 '소다(soda)'로 불리는 경우가 많지만, 중서부와 서북부에서는 '팝(pop)'이라는 이름이 지배적이다.

    물론 해당 지역 내에도 예외는 있다. 예컨대 중서부에서도 위스콘신주의 동부나 세인트루이스 근처의 미주리주 동부, 그리고 일리노이주의 서남부에 지역에서는 '소다'라는 이름이 가장 많이 쓰인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보면 동부와 서부, 그리고 북부와 남주의 지역적 차이는 두드러진다.

    북부에서 '소다'나 '팝'으로 부르는 청량음료를 남부에서는 흔히 '코크(coke)'로 부른다. 물론 '코카콜라'의 별칭으로서의 '코크(Coke)'는 미국 전역에서 쓰이는 고유명사다. 그러나 탄산음료 일반을 '코크'로 부르는 것은 남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언어습관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탄산음료'가 '코크'로 불리게 된 것은 상표명이 일반명사로 확대되는 현대의 보편적 언어현상을 반영한다. '지프(Jeep)'라는 상표가 특정한 형태의 자동차 전체를 일컫게 된 것이나, '사발면'이라는 상품명이 용기에 담긴 즉석라면 모두를 말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스카치테이프(Scotch tape)'는 상표명이기도 하지만, 투명한 접착 테이프 모두를 의미하기도 하고, '투명 테이프로 붙이다(to scotch tape)'라는 동사가 되기도 한다. '복사한다(photocopy)' 대신 '제록스한다(to xerox)'고 하거나, '택배로 보내다'를 '페드엑스로 보내다(to fedex)'라고 표현하듯 말이다.

    미국 사투리, 지역의 친밀함과 자부심 드러내



    급수대는 보통 '워터 파운틴(water fountain)'이라 불리지만, 위스콘신과 매사추세츠에서는 '버블러(bubbler)'라는 말이 흔히 사용된다. 물이 '방울 방울(bubble)' 올라온다는 의미이지만, 본래는 위스콘신에 본사를 둔 콜러(Kohler)사가 특허를 낸 제품의 상표명이었다.

    ⓒ 강인규
    상표가 특정 지역의 언어습관으로 정착한 것은 '코크'만이 아니다. 다른 예로 '버블러(bubbler)'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분수처럼 물이 솟아오르는 식수대를 말하는데, 미국인 대부분은 이것을 '워터 파운틴(water fountain)' 혹은 '드링킹 파운틴(drinking fountain)'으로 부른다.

    미국인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근처에서 '버블러' 보셨어요?(Have you seen a bubbler around here?)" 그 사람은 당신이 위스콘신 아니면 매사추세츠 출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일 그 친구가 그 곳 태생이라면 환한 얼굴로 '버블러'를 가지고 족히 한 시간은 수다를 풀어놓을 것이다.

    언어의 지역적 차이는 발음과 명칭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색이 문법에까지 파고드는 경우도 흔하다.

    필라델피아의 피츠버그에는 문법을 무시한 독특한 표현이 있다. '당신들'을 '인즈(yinz)'로 부르는 것이다. 피츠버그의 이 독특한 언어표현은 피츠버그로 대거 유입되었던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영향을 보여준다.

    이민자들이 지역 언어에 미친 영향은 '피츠버그(Pittsburgh)'라는 이름에도 드러난다. 미국에서 '버그'로 끝나는 도시들은 대부분 'g'로 끝나는 경향이 있지만(예컨대 'Harrisburg'나 'Fitchburg'처럼) 피츠버그만큼은 '에딘버러'처럼 'gh' 철자로 되어 있다.(피츠버그의 전설적인 기업가 '철강왕' 카네기도 스코틀랜드 출신이었다.)

    피츠버그 지역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어법도 발견된다. 지역 토박이 가운데 적잖은 사람들이 자동차 수리를 맡기면서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My car needs repaired (내 차는 수리가 필요해요).' 학교문법이 가르치는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repaired' 대신 'repair'나 'to be repaired,' 혹은 'reparing'을 써야 한다. 그러나 언어의 가치는 '정확성'이나 '규칙' 따위에 갇히지 않는 법이다. 문법이 뭐라고 규정하든, 위 표현은 '인즈'와 더불어 피츠버그 사람들의 지역적 애착과 자부심을 드러내 준다. 피츠버그에 갈 기회가 있는 사람에게 '인저(Yinzer)'라고 찍힌 티셔츠는 좋은 기념품이 될 것이다.



    방언은 지역적 유대감과 자부심의 한 축이 된다. 기념품 가게에는 방언을 테마로 한 상품을 팔기도 한다. 앞의 사진은 위스콘신의 '버블러 티셔츠.' 셔츠에 쓰여진 재치있는 문구가 보인다. "'파운틴'은 동전 던져 넣는 분수대를 말하는 것이고, 물 마시는 곳은 '버블러'가 맞다." 뒤의 사진은 피츠버그에서 구할 수 있는 '자랑스런 인저' 티셔츠. 방언 '인즈'에서 온 말로, '피츠버그사람'을 뜻한다.

    ⓒ 강인규
    20개주는 공식언어 없어... 2개 이상 채택하기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미국의 공식언어는 영어가 아니다. 어떤 언어를 공식어로 택할 것인지는 50개 주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현재 30개의 주만이 영어를 공식언어로 채택하고 있으며, 다른 20개주는 아예 공식언어가 없거나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채택하고 있다.

    앞으로도 영어가 미국 공식언어가 될 가능성은 없다. 주정부가 자신들의 고유 권한을 포기할 리 없으며, 무엇보다 비영어권 이민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거주자 가운데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전체인구의 2/3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스페인어를 쓰는 라틴계 이민자들의 증가는 미국의 언어지형을 크게 바꾸고 있다.

    한국 서점에 가면 '미국인처럼 말하기'나 '미국 원어민 영어'식의 제목의 학습서를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이런 교재들은 "미국인들은 '파티'를 '파리'라고 발음한다"는 식의 그릇된 이해에 근거한 '귀 뚫기'와 '입 열기'를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미국 영어'는 결코 획일적이고 단일한 대상이 아니다.

    흔히 '미국영어'를 '영국영어'와 확연히 구분되는 언어군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로 'r' 발음을 든다. 미국영어에서 단어 뒤의 'r' 발음은 강하게 발음되지만, 영국영어에서는 생략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파(far)나 '서(sir)'처럼 말이다. 그러나 단어 뒤 'r'소리를 생략하는 것은 미국 동부지역, 특히 뉴욕 방언의 핵심적 특징이기도 하다. 이 습관은 남부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어떤 이들은 'a'가 발음되는 방식으로 '미국영어'와 '영국영어'를 구분하기도 한다. 영국인이 '안트(aunt)'나 '바즈(vase)'로 읽는 것을 미국인들은 각기 '앤트'와 '베이스'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정확한 기준이 아니다. 미국 동부 지역에는 '안트'와 '바즈'를 말하는 토박이들이 널려있으니 말이다.



    뉴욕은 남부와 더불어 가장 강한 억양을 가진 지역이다. 영국영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동부에서는 단어 뒤의 'r'을 생략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사진은 뉴욕 중심부 시가지인 타임스퀘어.

    ⓒ 강인규
    영웅의 억양과 악당의 억양

    미국 동부방언은 영국영어를 모방하려는 습관이 있다. 영국이 미동부해안에 식민지를 건설한 후 오랫동안 영향을 행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국영어가 갖는 사회문화적 권위 때문이기도 하다. 한 때 미국의 '고급영어'는 영국 악센트를 흉내낸 동부의 영어였다. 대도시의 기업들 사이에서는 영국영어를 쓰는 비서를 고용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2차세계 대전 후 크게 약화되었고, 'r' 발음을 분명히 내는 중서부의 영어가 권위를 얻기 시작했다. 존 웨인 등 서부극의 주인공들은 극중 역할 뿐 아니라, 동부와 분명히 구분되는 중서부 억양으로도 순수한 미국적 영웅을 구현했다. 대중매체에서는 동부의 억양이 갱단 두목 등이 쓰는 악당의 영어로 묘사되는 반대 경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표준어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특정 지역의 언어가 옳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물론 언어학적으로는 미국 중간쯤 위치하는 시카고 일대의 중서부 영어가 '일반 미국영어(General American)'로 불린다.

    그러나 이것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동부나 남부, 혹은 서부의 언어적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의미일뿐, 위계나 억압의 의미를 지닌 표준어 개념과는 다르다. 영어 자체가 공식어가 아닌 나라에서 표준어가 큰 의미를 지닐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국의 동부·중서부·서부, 그리고 남부의 모든 방언은 모두 나름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비록 남부와 더불어 가장 억센 억양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동부 방언은 오랜 문화적 권위를 자랑한다. 비록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영국영어는 적잖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미묘한 동경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서부해안의 영어는 영화와 텔레비전을 통해 미디어 언어의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그리고 그 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숨김없는 남부억양이 말해주듯, 남부 방언은 강한 지역적 애착과 결합해 왔다. 미시건주립대 언어학 교수 데니스 프레스턴(Dennis Preston)에 따르면, 뉴욕과 남부가 지독한 영어를 쓴다고 믿는 미국인들조차 그 방언에서 미묘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미국영어'나 '원어민 영어'라는 말을 쓰지만, 미국 내에서도 영어는 결코 획일화된 단일한 개체가 아니다. 미디어 기술이 언어를 획일화한다는 주장과 달리, 방언은 계속해서 분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방언의 발전은 언어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 강인규
    멀티미디어 시대에도 방언은 진화한다

    기술의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잘못 예측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미디어 학자들 가운데 다수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전국,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언어도 획일화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주장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방언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아무리 미디어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러 연구가 입증하는 바에 따르면, 대중매체는 어휘를 보급하고 언어의 변화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인 반면, 언어를 통합하고 획일화하는 힘은 대단히 미약하다.

    다시 말해, 대중매체가 언어사용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언어적 이해를 넓히는 소극적 차원에 머무를 뿐, 그들의 언어습관을 바꾸는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방언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말을 따라하지는 않는다.

    맥닐과 크랜의 공저 < 미국어를 하십니까(Do You Speak American) > 를 통해 이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우리는 모두 라디오에서 듣거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들로부터 얻는 것은 '수동적' 어휘일 뿐이다. 매체에서 보고 들은 대로 글로 쓰거나 말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른 악센트를 가진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악센트를 따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흥미롭게도,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악센트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학자들이 텍사스나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지방처럼 방언이 심한 지역 사람들을 조사한 일이 있다. 놀랍게도 그들 자신은 월터 크롱카이트와 다름 없는 완벽한 영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의 언어로부터 주어진 의미 이외에 정감있는 지역색과 정서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음미할 수 있다면 대화를 더욱 풍요로운 교류의 장이 될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언어지만, 모든 언어가 역사와 문화의 소중한 산물이란 점은 같다.

    posted by 좋은느낌/원철